지난 추석, 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설날·대보름·추석 등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을 우러러 ‘가득 차오른 달’에 소망을 빌며 살아왔죠. 낮에 빛나는 태양과는 달리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달은 그 자체로 희망과 깨달음의 상징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차올랐다 다시 사그라지는 달의 ‘변화’에 상상력을 덧붙이며 문학·예술에서도 정서적·심미적 상징의 중심이 되었죠. 이번 달에는 우리의 삶 속에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달의 과학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Q1. 달은 원래부터 있었나요? 달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달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가장 유력한 가설은 화성 크기 정도의, 즉 지구보다 약 3배 정도 작은 ‘테이아’라는 소행성이 지구를 때리고, 거기서 떨어져 나온 엄청난 양의 파편들이 지구 주변에서 뭉쳐서 오늘날의 달이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사실 공룡을 멸종시킨 엄청 큰 소행성의 크기도 15km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구보다 3배 정도 작다는 건 대략 지름이 6,000km 이상의 소행성이라는 거고, 이렇게 엄청난 소행성이 지구를 때려 박았으니, 지구도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도 달은 우리에겐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달이 처음 형성되었을 당시엔 달이랑 지구랑 엄청 가까웠고, 그 덕분에 달의 인력으로 지구의 파도가 아주 심하게 요동쳐서, 생명체가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졌거든요. 게다가 격투기 선수가 턱을 때리면 턱 돌아가듯이, 우리 지구도 테이아한테 맞고 턱이 돌아가는 바람에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돌아갔는데, 이것 덕분에 계절이 생겨났고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가 생명체 탄생을 촉진해 주기도 했죠!
Q2. 에이, 그건 단순히 상상 아니에요? 진짜 지구가 테이아한테 맞았다는 증거가 있어요? 쌍방 아니고 일방폭행 맞아요?
맞아요! 이건 아직 가설에 불과해서 진짜 이게 사실이라는 걸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테이아가 지구 자체를 때렸을 때 물론 거기서 맞고 떨어져 나온 파편이 달이 되었겠지만, 분명히 지구에 그대로 파묻혀버린 파편도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 파편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지각 그 안에 맨틀, 외핵, 내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게다가 맨틀은 모두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거기서의 자기장 세기나 파장의 움직임 등이 모두 균일해야 하는데, 맨틀 성분이 균일하지 않고 뭔가 이상한 이물질 같은 것이 맨틀 속에 파묻혀 있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아, 이건 100% 지구 원래의 것이 아니라, 지구를 때린 테이아 파편들이 지구에 남겨졌다가 맨틀 내부에서 서로 뭉쳐진 결과구나!’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가 최근에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하지 않았습니까? 화산 폭발한 지역이 바로 이 맨틀 속에 이상한 이물질이 들어있는 지역 바로 위쪽이었고, 덕분에 맨틀 속에 파묻혀 있던 테이아 파편 후보물질들이 분출되었어요. 분석을 해보니 일반적인 맨틀에 비해 훨씬 높은 밀도를 이루고 있었고, 생성 시기 또한 일반적인 맨틀이랑 달랐지요.
즉, 이를 통해 처음 지구를 때린 테이아 파편들이 지구 내부 속에 묻혔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뿐만 아니라 아폴로 탐사선이 달에서 가져온 달의 토양을 분석해 보니 역시나 지구 내부 성분과 굉장히 유사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달은 원래 지구의 일부였다가 떨어져 나온 파편이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었던 거죠!
Q3. 이렇게 떨어져 나와서 달 형태의 원형을 갖추는데 적어도 몇만 년은 걸릴 것 같은데 고작 3시간여 만에 달이 만들어졌다고요?
믿기 어렵지만 지구가 대충돌을 한 후, 불과 3시간 만에 달이 만들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로 수억 개 조각의 각각의 움직임까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SWIFT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수억 개 수준의 파편을 일일이 추적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얘기해서 레고 블록 10개로 무언가를 만드느냐, 100만 개의 블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섬세함이 천지 차이가 나는 것처럼, 파편 조각이 많을수록 더욱더 그때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컴퓨터 성능과 기술력의 한계로 많아 봤자 10만 개 정도만 추적이 되었지만, 이제는 수억 개까지 가능하게 된 거죠.
세밀한 시뮬레이션 결과 두 개의 파편이 나왔고, 지구랑 가까운 하나는 곧바로 지구로 재흡수되었고, 남은 파편은 오늘날의 달이 되었으며, 이 과정이 불과 3.6시간 만에 모두 이뤄졌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입니다.
Q4. 달이 태양이랑 지구 사이에 와서 달의 그림자가 지는 걸 개기일식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태양이 달보다 훨씬 클 텐데, 어떻게 달이 태양을 다 가릴 수 있는 거죠?
태양과 달의 크기는 엄청나게 다르죠. 태양의 반지름은 지구 반지름의 약 109배나 되고, 달의 반지름은 지구 반지름의 1/4 정도로 작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지구에서 보는 달과 태양의 크기가 똑같아 보일까요?
이유는 소름 돋을 정도로 놀라운 우연의 일치 때문입니다. 즉 태양은 달보다 지름이 400배 크고,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가 정확하게 400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달과 태양은 겉보기에 똑같은 크기로 보이고, 이로 인해 개기일식 때에 태양이 완벽하게 달에 가려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죠. 쉽게 비유를 들자면, 우리 손바닥이 태양보다 훨씬 작지만 바로 내 눈앞에 손바닥을 대고 있으면 하늘이 다 가려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5. 하늘에 떠 있는 달에 비해서 지평선이나 산에 걸쳐있는 달은 엄청 커 보이던데 이것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나요?
같은 달이라고 하더라도 지평선 근처에 있는 달이 훨씬 크게 보이는 건 착시현상입니다. 이걸 처음 발견한 심리학자 폰조의 이름을 따서 폰조착시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비교하려고 해요. 그런데 지평선 끝은 아주 멀리 떨어져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지평선 근처에 달이 떠 있으면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달이 이 정도로 보여? 엄청 커 보이네’라고 착각을 하는 거예요.
반대로 하늘에 덩그러니 떠 있는 달은 비교 대상이 없잖아요? 그래서 밤하늘은 생각보다 자신과 가깝게 있다고 착각을 해요(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사람들은 지평선이 하늘 정중앙에 비해서 4배 정도 더 멀게 느낀다고 합니다). 즉 가까이 있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상대적으로 작게 보는 거죠. 이런 폰조착시효과를 무시하고 객관적으로 달을 보고 싶다면, 달을 등지고 서서 다리를 벌린 후 다리 사이로 고개를 넣어서 달을 쳐다보면 달이 다시 작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Q6. 가끔 뜬다는 슈퍼블루문은 왜 슈퍼블루문인가요?
달은 지구를 계란 형태처럼 타원형으로 돌아요. 그러다 보니 지구랑 비교적 가까워질 때가 있고, 이때는 달이 더 커 보이겠죠? 이렇게 달이 실제 거리가 가까워져서 커 보이는 현상을 ‘슈퍼문’이라고 해요. 블루문은 달이 파랗게 보여서가 아니라, 예전 고어 중에 ‘belewe’라고 불길하다는 뜻에서 블루가 유래되었다고 해요.
통상 한 달은 30~31일이잖아요? 그런데 보름달이 뜨고 다음 보름달이 뜨기까지는 약 29일밖에 안 되니까, 결국 보름달은 매달 같은 날짜가 아니라 하루에서 이틀 정도 빨리 뜨게 되죠. 이렇게 점점 날짜가 단축되다 보면, 어느 달에는 한 달에 보름달이 2번 뜰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8월 1일에 뜬 달이 8월 30일에 또 뜰 수도 있겠죠? 이렇게 한 달에 보름달이 2번 뜨는 현상을 블루문이라고 해요. 한 달에 보름달이 2번 뜨는 걸, 과거에는 불길하게 여겼다고 하더라고요.
Q7. 추석에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면서 사진을 찍곤 하잖아요. 그런데 내 눈으로 보는 거랑 다르게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항상 콩알만 하게 나온단 말이죠? 왜 눈으로 보는 거랑 다르게 작게 찍히나요?
스마트폰 사진의 목적은 풍경을 찍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용도지, 내 모공을 찍는 목적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시야를 넓게 찍을 수 있는 광각렌즈를 씁니다. 따라서 달을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크게 담으려면 광각렌즈가 아닌 좁은 시야를 고화질로 찍을 수 있는 표준렌즈나 망원렌즈를 써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