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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신뢰회복 위해 역지사지프레임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자

첫째, 식량을 풍부하게 비축하는 것
둘째, 무기를 충분히 갖추는 것
셋째, 백성들을 믿고 따르게 하는 것

21일은 79번째 경찰의 날이었다. 부부가 수건에 싸인 아기를 안고 집밖으로 다급히 뛰쳐나왔다. 22개월 아기를 태운 구급차는 5㎞ 정도 떨어진 대형병원 응급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난관을 만났다. 당시 반포대교 위에는 고장 차량이 차로를 막고 있어, 휴일인데도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던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아기에게 심정지까지 온 상황.

천금 같은 1분, 1초가 흘러가는데, 도로 한 가운데 경찰관 2명이 나타났다. 꽉 막힌 도로를 지나야 하는 구급차를 위해, 경찰관들이 두 발로 뛰고, 양팔을 휘저으며 찻길을 열다가, "비켜달라" 목이 터져라 비켜달라고 외치면서 긴급 무전을 듣고, 두 발로 뛰며 구급차 길을 터준 것이다.

이 경찰관들 덕분에 심정지에 빠진 아기는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여 건강을 회복했다. 현장에서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경찰관들이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볼 수 있다.

동양 고전인 논어를 보면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묻는다. 공자가 자공에게 재테크에 관심이 많더니 웬일로 정치에 대하여 물으니 기특하기도 하여 정치의 요체를 말해준다.

공자는 '첫째, 식량을 풍부하게 비축하는 것, 둘째, 무기를 충분히 갖추는 것, 셋째, 백성들을 믿고 따르게 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정치의 요체다'라고 가르쳤다.

자공이 "부득이 하나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물었다. 공자가 "무기를 버려라!" 또 자공이 "부득이 하나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물었다. 공자가 "식량을 버려라! 예나 요즘이나 나라나 사람이나 다 죽는다."라고 답했다.

 

정치의 요체는 백성들이 믿지 아니하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신뢰라는 가치였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이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선생님은 희망이다. 우리는 학교가 더 많이 신뢰를 받아야 한다. 신뢰를 잃어버린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란 허공에 화살을 쏘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가정은 삶의 근원이다. 가족간 신뢰가 무너지면 가정이 깨어진다. 실제로 우리가 잘 아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아내도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이유로 독립선언을 했다.

 

가정, 학교, 국가 등 모든 조직을 유지하는 핵심가치는 믿음, 즉 신뢰이다. 이러한 가치를 어려서부터 독서를 통하여 마음에 담은 사람은 가치있는 일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순히 점수만을 따는 공부가 아닌 인간이 되는 공부가 고전을 통하여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미담 기사를 보고 논어에석 보인 공자와 자공의 대화를 읽으면서 우리의 삶 가운데 정치가 있음을 본다. 힘들게 아이들 안고 뛰어나온 부모의 마음을 읽어내는 경찰관과 경찰관의 행동 신호를 보고 길을 넓혀주는 차량들. 이 둘 사이의 신뢰, 그리고 아이를 신속하게 잘 치료한 의사 선생님들 사이의 신뢰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 아이가 살아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접하면서 왜 한강의 작품이 상을 받게 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으면서 삶의 주변에 관계된 모든 사람 사이의 신뢰가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특별히 경찰의 날에 선한 행동을 보인 경찰들에게 많은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다수의 사람들이 혼란스런 정치 상황을 보면서 낙담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한국이라는 국가공동체가 희망을 보이려면 모든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가 신뢰가 쌓일 때 행복이 느껴질 것이다. 아이를 치료한 부부는 경찰관의 선한 행위를 영원히 가슴에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볼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다운 행동인가를 배우는 최고의 학습 장소가 되었을 것이다.

 

불신이 가득한 정치, 고소와 재판이 횡행하는 사회, 거짓과 불신은 이 사이의 행복을 갉아먹는 무서운 해충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나와 나 사이, 나와 우리 사이, 나와 일 사이 다양한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틈틈이 스며들게 된다. 신뢰 회복을 위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이 아닌 역지사지의 삶이 일상에서 축적되어야 한국의 미래는 행복한 사회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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