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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기본이 바로 서는 교육을 회복하자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로 15개국이 ‘가족’을 1위
한국은 유일하게 ‘물질적 가치’가 1위
행복한 삶의 기둥은 부모님의 정서적 지지

우리는 지금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 국가의 정신을 문명과 비문명으로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그 나라의 교육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교육현장이 불신시대의 회오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며, 초·중등 교직의 장래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으로 젊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시대가 되었다.

 

경제적 측면의 문제도 있겠지만 교육권력을 빼앗긴 원인이 크게 작용하였다. 그런가 하면 한 때 가장 선호한 직업 1위를 차지했던 초등학교의 젊은 교장도 힘들어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정년 퇴직을 몇 년 앞두고 사퇴를 하겠다는 하소연도 들려 온다.

 

경제도 힘들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거짓이 횡행하고 사기 범죄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가짜가 판치는 시대가 아닌가? 진짜 실력자는 밖으로 나가고 한국 경제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외국인 투자자의 돈도 한국을 떠난다니 한숨이 나온다. 고통이 설상가상으로 겹쳐지면 더욱 힘들어 질 것 같다.

 

또 각박한 시대가 되었다. 교사의 조그만 잘못도 용서하지 못하는 시대다. 강성의 학부모는 지도상 교육적인 활동 교사를 폭력으로 법정으로 끌고 가니 교사는 죽을 맛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에너지가 소진되면 누가 이 아이들의 교육을 맡아 할 것인가. 교사가 천대받는다면 비문명 사회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산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한국전쟁 이후의 혼돈스런 사회를 '불신시대'라 명명했다. 선생의 소설 '불신시대'는 가짜 권위와 배금주의가 결탁하여 빚은 인명 경시, 인간성 상실의 참담한 댕대 현실을 잘 그리고 있다. 필자가 직접 체험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거짓은 아닐 것 같아 믿어진다.

 

해방 후 한국사회는 이른바 근대화, 서구화, 문명화라는 깃발을 따라 서양에 뜬 북극성을 행복의 푯대로 삼고 달려왔다. 많은 사람이 미국교육을 받고 와서 자신도 잘 알지도 못하는 여러 가지 내용들을 아이들 머릿속에 주입시키는 등 교육의 틀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 대학의 교수가 초·중등교육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자신들은 이론적으로만 가르치고 실천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대학 진학만을 위한 수능문제에 골몰하는 교육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엄청난 불확실성의 시대로 가고 있다. 창의성 시대의 생존, 혁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할 일 없으면 책을 읽겠다 쉽게 말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간단하고 편리한 문자를 읽어내는 작업이 아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인고의 시간, 깊은 사색(思索)이 필요하다.  

 

참된 사색이 없으면 삶 자체가 사색(死色)이 되기 때문이다. 독서는 시간이 나면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 하는 것이다. 또한 많이 배운 사람들이 아는 티를 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읽는 것도 아니다. 삶은 시간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각자의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린대로 열매가 맺힌다. 이런 씨앗은 선인들의 삶이 녹아있는 고전 속에 알알이 박혀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널리 읽혀온 성서도 좋고 논어 등 생각만 있다면 수준에 맞는 책들이 우리 주변에는 가득하다. 이를 위해선 문해력이 필수이며, 그 열매는 천지의 운행원리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똥개처럼 날뛰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사색(死索)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인간사회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필요한 것은 높고 고고한 철학을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삶의 재미를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다. 최근 서점가에는 한강 소설책 열풍이 불고 있다. 책을 샀다고 내 것이 아니며 책을 읽어야 훌륭한 책이 된다. 다 망가져도 우리 정신문화의 도산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열풍이 정신문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지금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기본을 바로 세우는 가치관 교육에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닌가. 문제는 가정교육이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시간표로 만들어본 결과, 아이들은 학교 정규 수업시간 후 부모의 퇴근 전까지 돌봄 교실과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의 시간 중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이 아예 없는 경우마저 있었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은 행복을 위해 필요한 가치로 가족보다 ‘물질적 가치’를 선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17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국제 비교 연구에서는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로 15개국이 ‘가족’을 1위로 꼽은 것과 달리 한국은 유일하게 ‘물질적 가치’를 1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부모와의 시간이 아닐까. 부모님의 정서적 지지 없이 물질로 우선 순위가 바뀐 것은 위험신호로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교육이 기본을 바로 세우는 교육을 회복하여야 한다. 교육의 기본은 어른들이 말이 아닌 본을 보이는 행동이다. 지도자, 어른이 책을 읽고 착한 활동을 보이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는 비뚤어질 확률이 낮다. 환경이 교육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과학적 사실이다.

 

논어 학이편을 보면, 공자는 제자들에게 위엄을 갖춘 목소리로 "군자는 진중하지 아니하면 위엄스럽지 아니하고, 배우면 고집 피우지 아니 한다, 충성과 신의를 주로 하고, 자기보다 못한 이와 벗하지 아니하며, 잘못을 했으면 바로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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