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명은 단 한 번이기에,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를 경험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욱 궁금한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 이번 호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Q1. 과연 죽을 때 사람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죽는 순간 우리는 어떤 게 들리고, 보이며, 어떤 경험을 할까요? 한 번쯤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죽는 순간이 궁금하더라도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임종 순간에 사람은 말이 없거든요.
그런데 말이 없다고 해서 진짜 의식까지 없을까요? 전 세계에는 실제로 죽는 순간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사망 직전에 심장이 멈춰도 여전히 의식은 수십 분간 계속 지속되고, 말은 못 하지만 청신경이 가장 늦게까지 살아있어서 주변에서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은 여러 임종 환자가 대화를 듣거나 인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Q2. 그럼, 과학적으로 의식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우리가 그 사람이 말하는 건 듣지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뇌파를 이용하면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뇌파에는 자기 생각 등이 담겨있고, 이를 패턴화해서 컴퓨터를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BCI 기술까지 왔으니, 뇌파를 읽는 건 훨씬 쉬운 일이죠.
뇌파는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물론 이 세 가지 뇌파 외에도 다양한 뇌파가 있지만, 일단 세 가지 뇌파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일단 델타파는 완전 깊게 잠들었을 때, 세타파는 명상할 때나 쉴 때, 감마파는 고도의 집중이나 의식적인 생각을 할 때 주로 나오는 뇌파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심장이 멎고 임종에 들 때에는 얼굴이 평온해지면서 모든 뇌 부위가 컴퓨터 전원 꺼지듯이 ‘톡’하고 다 꺼진다고 생각하지만, 연구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오히려 특정 뇌파신호가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된 거죠.
정말 역사상 딱 한 번 있는 희귀한 케이스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87세 남성이 낙상으로 뇌출혈이 발생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연구진은 87세 환자의 간질 발작을 감지하고 치료를 위해 우선 뇌파검사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뇌파를 검사하던 와중에 환자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해 버린 거죠. 역사상 최초로, 우연히, 죽어가는 사람의 뇌 활동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죠.
우리는 일반적으로 죽는 순간은 심장이 멎고 뇌에 혈액 공급이 안 되니까 에너지가 공급이 안 되고, 이것 때문에 깊은 수면상태에서 나오는 델타파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감마파가 아주 많이 증가한 걸 확인했어요. 연구진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순간에 뭔가 말은 못 하지만, 당사자는 고도의 의식적인 생각을 하거나 체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해요.
이러한 결과는 사실 다른 동물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죽는 순간 오히려 감마파, 즉 고도로 집중할 때나 의식적인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가 나타난 거죠. 실제 담당 교수는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중요한 삶의 마지막 기억을 회상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Q3. 딱 한 명의 사례로 모든 걸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다른 비슷한 사례는 없나요?
네, 한 달 전쯤 또 다른 사례가 학술지에 게재되었습니다. 바로 미국 미시간대 의대 교수 연구팀이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의 특정 뇌신호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PNAS)에 게재한 거죠.
이미 심정지로 병원에서 숨진 4명의 환자가 남긴 심박수와 뇌전도(EEG) 뇌파자료를 분석한 내용인데, 매우 흥미롭습니다. 4명의 환자는 모두 자극에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해 가족이 생명유지장치 제거에 동의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가족의 동의를 얻고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냈는데, 이때 미리 뇌파를 실시간으로 관찰한 거죠. 그랬더니 놀랍게도,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자 심박수가 늘어나며 뇌의 감마파 활동이 급증했어요. 한 환자는 감마파가 약 300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가장 의식적인 활동과 연관된 뇌 부위인 후두엽·두정엽·측두엽 간 연결부위 쪽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해요. 이 연구 담당교수는 이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환자가 무언가를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감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을 했어요.
Q4. 그럼 혹시 심장마비가 되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에게서도 비슷한 뇌파가 나오나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체험을 했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 의대 연구팀은 2017~2020년 심폐소생술을 받은 남녀 567명 중 무사히 살아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관찰되는 뇌파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대상자 중 약 20%는 심폐소생술을 받는 동안 신체로부터 분리되는 인식과 고통, 삶에 대한 깊은 생각 등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제 국내 뇌과학연구소의 한 박사님은 “세포는 죽기 전 평소보다 더 활발한 신호를 보내는데,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세포가 죽으면 기억회상, 시야를 담당하는 부분이라면 환한 빛을 보게 된다”라며 “임사(거의 죽음에 이르는 단계) 경험도 뇌가 극한에 갔을 때 발생한 뇌신호를 통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Q5. 심장마비가 되어도 뇌세포는 바로 죽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뜻인 거죠? 이제는 심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뇌가 완전히 다 죽어야 사망이라고 진단을 내려야겠네요.
조금 잔인한 연구결과이긴 합니다만, 네이처지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팀은 육류 가공공장에서 죽은 지 4시간이 지나지 않은 돼지의 머리만 구해서,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혈액을 동맥에 주입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이랑 가장 비슷한 동물을 침팬지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돼지가 사람이랑 장기도 비슷하고 아주 똑똑하거든요. 그래서 돼지머리로 실험했는데, 세상에, 뇌세포들이 다시 살아나고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중 왼쪽이 죽은 뇌세포 사진인데, 죽은 지 4시간 후에 인공혈액을 다시 주입하자 오른쪽 사진처럼 뇌가 되살아나고 엄청나게 활성화가 되었어요. 이러한 활성화는 무려 6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해요. 심지어 뇌 속 혈관도 정상 구조를 되찾았고, 뇌 속 면역세포들도 다시 면역반응을 재개했으며, 신경세포 사이의 접점인 시냅스에서 신호반응도 포착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제약조건 때문에 6시간 뒤 실험을 중단했다. 실험을 계속했다면 좀 더 긴 시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서 다 알 수는 없지만, 뇌세포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죽었던 돼지가 다시 몇 시간이나마 의식이 돌아왔을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점에서 과연 우리가 죽음과 사망에 대한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심오한 연구였다라고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