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해외에 한국을 홍보하고 교류 증진에 오랜 역사를 가진 태권도의 보급, 최근의 K-팝, 영화, 음식, E-스포츠, 한국인 친구 등 다양한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 한국어 확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류'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큰물'을 만난 만큼 정부는 보다 과감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로스 킹 교수는 지난 달 13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특강과 30일 유튜브 채널 ‘어썸코리아’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최근 한국에서 한글을 편애하고 한자를 배척하는 문화가 생겨나 “지난 20년 사이에 한자 교육이 한국 교육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인은 일찍부터 학교교육을 통하여 한글이 세계에서 최고의 글이라고 배우면서, 한자를 배척하는, 즉 한글에 대한 숭배, '한글 컬트'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글이 훌륭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좋지 않은 현상인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가 국어교육을 실시함에 있어서 핵심적 요소는 한글은 표음문자이고 한자는 표의문자임을 구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는 해외 한국어 교육을 민족어 중심에서 벗어나, 탈민족어 및 탈국어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어 교육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한국어 전공자를 배출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장학금 제도와 교육 시설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킹 교수는 GNP(국민 총생산)를 기준으로 한국어 교육 전략을 달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해당 나라의 GNP가 낮은 경우, 학습자들의 동기부여가 도구적"이라며 "우즈베키스탄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필자 역시 10여 년 이상 일본에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한 경험에 의하면 재일 한국인은 우선 일본어를 잘 하는 것이 취업에도 유리하며, 일본인들의 경우는 특별한 한국과의 인연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킹 교수는 이처럼 "서유럽이나 북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런 도구적인 동기부여가 아니라 훨씬 더 감성적인 그리고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그런 충동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라며 "그런 경우는 전략이 달라야 한다. 학습자들에게 다른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유럽지역 학회에서 한자어 이해를 위해 이미 전광진 교수가 편찬한 <선생님한자책>과 <한국어 속뜻사전>을 소개한 바 있다.
특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면서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관심을 가진 사람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그는 "힘이 닿는 데까지 한자 교육 자료 제작, 해외 한국학을 위한 한문 교육, 1888년부터 40년 동안 한국에서 활동했던 캐나다 선교사 게일 목사가 남긴 한문 자료를 책으로 남기는 일 등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킹 교수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 한국어 문학 교수로, 1983년 예일대에서 일본어-한국어로 언어학과 정치과학을 공부했다. 1986년과 1991년에는 하버드대에서 언어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미국 미네소타주에 한국어마을 ‘숲속의 호수’를 1999년 설립한 이후 2014년까지 15년간 촌장으로 일하면서 한국어와 한글의 역사 연구, 한국 문화의 교육과 보급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