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전 순천왕운중 교장) 작가는 최근 <고구마 심는 날>을 펴냈다. 2018년 2월 말 퇴직 후 글쓰기를 정진하여 여덟 번째 발간한 책이다. 가뜩이나 책을 안 읽는 시대에 형식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필자와는 동향으로 전남교육연수원에서 처음 만나 같은 지역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깊은 교제가 이뤄진 참 믿음직한 후배임을 자랑하곤 한다. 덕분에 지금까지 작가가 쓴 글을 통하여 그의 생각에 공감을 느낄 때가 아주 많다.
말이 좀 느릿하지만 항상 진실을 이야기 하며 매우 성실한 인격에 그 모습이 오롯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가 쓴 글에서도 매우 차분하고 서정적인 글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차분해 진다.
책속의 글 '교사의 보람'을 읽어보면 선생님 냄새가 물씬 난다. '교사로서 가장 가슴 뿌듯한 순간은 언제일까?'를 고민하는 것은 교사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내 경험으로는 졸업한 제자가 '선생님!' 하고 찾아와 넙죽 절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장성한 제자가 선생님을 찾는다는 것은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제자에게 뭔가 좋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다시 찾 아올 정도의 제자가 있다면 교사로서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
예전에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인기 연예인들이 나와서 학창시절의 선생님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는데, 그것을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든 나머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곤 했다. 나는 제자를 어떻게 길렀던가.
그리고 지금 제자를 어떻게 기르고 있는가. 과연 나는 나중에 찾아와 줄 제자가 있을까. 저렇게 방송을 통하지 않더라도 그냥 찾아와 주기만 해도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나를 찾아줄 제자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문예운동>과 <문학춘추>로 등단하여 수필가와 문학평론가, 향토사 연구가로 활동하며, 퇴직 후에도 꾸준히 글쓰기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배움에 열정적이다.
"이제 우리 수필도 현실에 더 눈길을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금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실감도 나고 설득력이 크지 않겠는가. 그리고 독자를 끄는 힘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우리 수필의 전범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재미나게 읽히는 것도 유쾌하고 도도한 그의 입담에 있지 않은가.
회고적 감흥이나 철학적 사유, 내적 심경의 토로도 필요하겠으나 실제적인 삶의 이야기가 빠지면 글은 박진감을 잃기 마련이다. 나도 우리 수필의 체질 개선을 창작을 통해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 지은이 <책을 펴내며>에서
"맑고 향기롭게!"
법정 스님이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세상이 어지럽다고 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선 나 자신부 터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자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하면 나의 존재가 차츰 주위를 변화시키고 마침내 우리 세상 전체가 맑고 향기로워질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고요히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예전 스님의 책을 다시 읽으며 나 자신을 차분히 가꾸고자 노력한다.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
한 번 만나고 나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느껴지는 기운 같은 것이 있다.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은 호감이 가서 또 만나고 싶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나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이 좋은 기운을 '향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렇다면 사람의 향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그 사람의 언어와 태도가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말씨나 행동거지가 조금씩 다른데, 그것을 보면 그 사람의 면모를 대충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언어를 보자.
평소 밝고 유쾌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누구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의 험담은 잘하는 사람도 있다. 부드러운 말로 감싸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쏘는 말로 정나미가 떨어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말만 하고 상대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또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을 하면서도 남의 어려운 형편에는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한 말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분 내키는 대로 내뱉어놓고는 나중에 가서 언제 그랬냐고 딴소리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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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花香白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며(酒香千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 人香萬里)고 했다. 꽃의 향기나 술의 향기보다 사람의 향기가 그만큼 진하고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나는 내 주위에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
향기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사람의 성품은 그의 직업이나 직책 또는 가방끈의 길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다.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시골 노인도 인자한 성품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어른 대접을 받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마음 수양을 많이 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했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본다. 나는 주변에 향기는 그만두고라도 악취나 풍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틈틈이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글을 찾아 읽곤 한다.
<작가 약력>
전남 장흥 출신으로 순천에 거주하고 있다. 조선대학교 사범대학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교직에 입문하여 조성고를 시작으로 순천고와 순천여고, 광양고, 순천남산중, 순천팔마중, 안좌중, 중마고, 순천왕운중, 전남교육연수원, 전남교육청 등에 재직하였다. <문예운동〉과 <문학춘추>로 등단하여 수필가와 문학평론가, 향토사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순천팔마문학회장과 순천문협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전남수필문학회 회장과 영호남수필문학협회 광주.전남 지회장 및 김승옥문학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남문학상과 순천예총예술상, 영호남수필창립회장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 평론집 「소외의 문학 갈등의 문학』과 『척박한 시대와 문학의 힘」이 있고, 수필집으로 『코스모스를 기다리며」를 비롯하여 『천사들의 꿈 노래」와 「태산이 높다 하되, 「등대지기의 꿈」, 「은막의 매혹」 , 『부엉이 기르기」, 「그대가 나를 불러」 등이 있으며, 향토사 연구서로 『연자루에 올라 팔마비를 노래하다」 와 「순천의 인물 100인」 (2021)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