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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방과후 재테크] 연초 재무설계, 작심삼일이라도 괜찮아요

 

연초 많은 사람이 새해 계획을 세웁니다. 특히 매달 스쳐 지나가는 월급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으로 지출을 줄이는 돈 관리 계획을 많이 세울 겁니다.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재무관리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주체는 다양한 시스템이 쌓여 구성합니다. 그중 하나가 재무관리입니다. 매달 수입과 지출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잉여 자금으로 저축과 투자를 하면서 나의 재무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게 관리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의 한 축인 지출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돈 관리 계획, 지출 줄이기만을 새해 목표로 세우면 작심삼일로 끝날 공산이 큽니다. 만약 돈 관리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내 삶의 방식도 바꿔야 하고, 거기에 맞춰 재무관리 전체 시스템도 수정해야 합니다. 연초, 겨울방학 기간인 1·2월은 현재 내 재무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수정, 보완할 최적의 시간입니다.

 

재무 목표는 구체적으로

 

삶의 방식도 바꾸고, 재무관리 전체 시스템도 수정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도 괜찮습니다. 작심삼일이 반복되고 쌓이면 조금씩 나의 재무관리 시스템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재무관리를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는 현재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많은 선생님과 재무 상담을 진행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본인이 이렇게 돈을 많이 쓰는 줄 몰랐다는 겁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오가며 편의점, 커피숍에서 쓰는 5000원, 1만 원도 모으면 꽤 큰 금액이 됩니다. 이런 지출을 꼼꼼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돈 관리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됩니다. 방학을 이용하여 지난 두세 달 동안 내가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매달 지출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한 번 파악해 보길 바랍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지출 항목을 분류(생활비, 식비, 차량유지비, 보험료, 용돈 등/고정지출 vs 변동지출) 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출 항목을 분류, 분석하면 어느 영역을 얼마만큼 줄일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 쉽습니다.

 

재무 목표를 세울 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치로 구체적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현재 애인과 결혼을 꿈꾸고 있다면 ‘2년 후 결혼을 위해 결혼 자금 4000만 원 모으기’라는 재무 목표를 세울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고민해 ‘2년 후 결혼할 때 대구 북구 침산동 전셋집 마련에 보태기 위한 결혼 자금 4000만 원 모으기’라는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어느 지역에 우리 부부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할지 생각하게 되고, 더불어 그 지역에 현재 전세 시세는 어느 정도 되는지,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금에서 얼마나 더 필요한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실 가능성이 높은 재무 목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2~3년 후와 같이 단기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5년 후 정도의 중기적인 목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목표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5년 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00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0억 모으기’, ‘현대차 SUV 00을 구입하기 위해 0000만 원을 모으기’, 20년 후 ‘부동산 자산(서울시 자가) 00억 원, 금융 자산 00억 원 모으기’와 같이 미래 시점에서 재무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다음 단계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즉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재무관리에서는 이것을 예산안 작성이라고 합니다.

 

2년 후 4000만 원을 모으려면, 단순 계산으로 1년에 2000만 원씩 돈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에 약 160만 원 이상을 모아야 합니다. 현재 호봉에 따라 다르지만 내 경력이 많지 않다면 매달 160만 원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월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나의 수입을 생각하면 각종 상여금을 재무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매년 들어오는 각종 상여금이 700만 원 정도 되는데 그중 400만 원을 모으겠다고 계획을 세우면 약 월 33만 원을 모으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월 단위, 연 단위로 얼마만큼의 돈을 모아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지출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무 목표가 2년 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5년 후, 10년 후, 노후를 위한 재무 목표도 존재합니다. 이것을 흔히 말하는 ‘통장 쪼개기’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매달 160만 원의 잉여 자금, 연 단위로는 각종 상여금 중 400만 원의 잉여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하면 2년 후 재무 목표를 위해 매달 150만 원을 모으고, 5년 후 재무 목표를 위해 연 단위 각종 상여금 중 400만 원을 모으고, 노후 재무 목표를 위해 10만 원을 모은다고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점별로 계획을 세우면 거기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은 크게 원금손실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데, 오랫동안 쓸 필요가 없는 돈일수록 원금손실에 노출해 더 큰 수익을 노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재무 목표가 2년 후라면 최대한 원금손실 가능성을 줄여 예·적금이 가장 적절한 금융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5년 정도 후라면 원금손실의 가능성에 어느 정도 노출해 수익률을 조금 더 높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3년간 유지하면 투자 수익에 대해서 세금을 면제하거나 저율 과세하는 ISA 계좌를 통해 주식형 ETF 등에 투자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나의 멘탈이 원금손실을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예·적금 상품에 일부분, 주식형 상품이 일부분을 넣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후와 같이 아주 먼 미래라면 연금저축 계좌를 이용해 세액공제도 받으면서 주식형 ETF에 투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 내에는 주식 시장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경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주식 시장도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돈을 얼마나 모을지 정했다면, 거기에 맞춰 지출 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지출에 따라 잉여 자금이 정해집니다. 바꿔 말하면 매달 내가 모아야 하는 돈을 정했다면 거기에 맞춰 지출도 통제해야 합니다. 전체 지출액을 정한 다음 영역별로 어디에 얼마나 쓸지를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많은 가계부 양식이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가계부를 찾아 돈 관리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몇 달만 써보면 금세 익숙해지고, 내 스타일에 맞게 변형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계부는 디테일하게 발전하고 내 스타일에 딱 맞는 가계부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계획한 대로 지출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지출이 계획한 대로 잘 통제된다면 그 이후에는 가계부를 꼼꼼히 쓰기보다 전체적인 지출 금액이 맞는지 정도만 확인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돈 관리를 하다 내가 조금 더 욕심이 생겨 지출을 더 줄이고 싶을 때, 혹은 내 계획과 달리 지출 통제가 안 될 때는 다시 한번 가계부를 꼼꼼하게 정리해, 어디에서 돈이 새고 있는지, 더 줄일 영역은 없는지 살펴보고 재무설계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반이다! 작심삼일이라도 괜찮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한 번 실천해 보는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해, 방학 때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꼭 한 번 재무설계에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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