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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필자의 어린시절은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먹는 것이 풍족하지 않았다. 6살로 기억된다. 사과 한 알을 먹겠다고 밤새 울었지만 엄마는 주지 않았다. 국민 1인당 GDP가 유엔 회원국 116개국 중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었으며, 일반 국민은 ‘하루에 두 끼를 먹었으면 좋겠다’가 소원이었던 시절이다. 곡식은 먹기도 모자라니 술이나 과자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생각할 수 없었다.

 

필자의 형제들은 방학이면 영종도에 계신 외할아버지댁에 갔다. 외할아버지는 손주들의 손을 잡고 논으로 가셨다. 논둑에는 빨간 깃발이 꽂혀져 있었고 넓은 논에 벼가 자라고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벼를 가리키며 ‘이게 통일벼이다’ 하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먹거리가 풍족해지니 너희들이 놀러올 수 있고, 먹일 것이 많으니 좋다’ 하셨다.

 

통일벼는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서 신품종개발에 매진하여 얻은 결과물로 세계 벼 육종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은 성공작이다. 1972년부터 전국 농가에 보급되었는데 외할아버지댁 논도 이즈음이었을 것이다. 1977년에는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남아 해외에 수출도 하였다. 이제는 쌀이 흔해져 쌀로 빚은 술이 각광을 받는다.

 

요즘 한국을 가리키는 'K'가 붙으면 세계적으로 흠모의 대상이 되니 감개무량하다. ‘빵먹는 자’들은 ‘밥먹는 자’를 열등히 보고, 마늘먹는 자를 우습게 여겼는데 미국에서 미국 사람들이 ‘김밥’을 사려고 줄을 서고, 마늘이 생명을 연장시키는 건강식풍이라하여 필자의 미국친구 매리앤의 아버님은 마늘을 한 줌씩 드셨고, 100세까지 사셨다. K 선상에 막걸리도 세계인을 향해 발돋음하고 있다.

 

요즘 보고있는 TV 프로그램 중에 중소기업의 고민사항을 유명 출연자와 함께 해결해보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 문제를 의뢰한 회사는 청년층이 좋아하는 막걸리 회사였다. 회사의 고민은 청년층은 좋아하는 데 50세 이후 장년층은 외면하여 매출 규모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명 출연진들은 막걸리하면 떠오르는 전통시장, 동태전, 김말이 등 각종 전들이 많은 전집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점을 제시하였다. 막걸리하면 떠오르는 캐릭터 개발, 막걸리 홍보노래가 제시된 해결점이다. 캐릭터와 홍보노래는 오래도록 기억된다. 필자는 50년전 한 음료수 CM song을 기억한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자는 막걸리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 알밤 막걸리, 토란막걸리, 탄산수막걸리 등등. 그렇다면 돗수별 막걸리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다양한 재료를 섞거나 증류하거나 취향대로 만들어 먹도록 하면 어떨까? 샐러드바를 응용한 막걸리바.

 

청년층과 장년층은 막걸리 문화가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년층을 위한 막걸리바는 와인바처럼 정갈하고 고급한 분위기 환경을 만들어주고, 장년층은 옛적 주막처럼 탁배기 부딪치며 동태탕을 먹는 왁자한 분위기 환경을 제공하면 좋을 것같다.

 

TV에 나온 3대째 고기전, 녹두전 등 전을 부치는 사장님은 막걸리 병을 마구 돌리다 뒤집어 그릇에 쏴하고 쏟아내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좌중 손님들에게 요란한 박수를 받았으며 필자도 ‘와~아 멋지다’고 보았다. 보는 재미를 제공하는 먹는법도 막걸리에 속한다.

 

막걸리 평가사도 필요하겠다. 어느 지역 흑미로 만들어진 술로 토굴에서 10년 발효된 향과 맛은 어떠하며 등 막걸리 평가사의 추천을 덧입힌다. 언어의 힘은 막강하다. 세분화는 일반인에겐 그저 그런 차이를 등급을 나눌 만큼 큰 차이로 만든다.

 

마시는 방법에 따른 용기와 적합한 온도 유지를 위한 용기(用器) 등도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탁배기라 불리는 오지그릇만 보인다. 과학과 디자인의 개입이 필요할 듯 싶다.

 

술찌기미도 아이디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일본 교사들과 교류하던 시절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며 선물을 받았다. 고운 상자에 원형의 얇은 밀가루판 모습의 도우(dough)가 들어 있었다. 세 판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비닐로 정성껏 포장하였다. 설명을 읽어보니 술찌기미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작게 나누어 따듯한 우유에 넣고 먹도록 되어 있었다. 몸을 따듯하게 하는 건강식품이라 소개하였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먹거리가 부족한 탓으로 아이들의 간식도 되었다. 지금은 아이들은 먹겠나싶지만 어른을 위한 간식거리로는 활용할 수도 있겠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보면 막걸리는 한국에서는 전 세대, 국제적으로는 전 세계인들의 사랑받는 술과 음료, 간식거리로 재탄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창의력과 과학과 디자인으로 특화된 막걸리의 재탄생과 활발한 소비로 낮은 쌀값에 생존을 걱정하는 농민의 고민도 더불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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