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선생님들이 앞으로 경험할 재무 이벤트와 이벤트별 재무관리 꿀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지만 이 글에서 소개할 보편적인 재무 이벤트를 참고해 내 돈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
#독립
첫 번째 재무 이벤트는 독립입니다. 물론 운 좋게 부모님 댁 인근 학교에 발령받으면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이 가능하겠지만 많은 경우 자취를 합니다(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부모님 댁에서 지낼 수 있을 때 함께 사는 것이 좋습니다). 첫 자취는 학교 인근 원룸이나 값싼 아파트, 학교 사택이나 교육청 사택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통 첫 학교에서 4~5년을 지내고 새로운 학교로 옮길 때가 되면 교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기도 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욕심도 생겨 주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필자는 이 시기부터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득이 첫 발령지 주변에 자취할 공간, 사실상 학교 일에 지친 몸이 잠시 쉬고 잘 수 있는 공간을 찾았던 것이라면 그다음 공간이 내 영혼의 조각들을 투영할 진정한 의미의 ‘Home Sweet Home’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공간을 물색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학교 출퇴근 반경에 있는 아파트 전세 물건입니다. 집의 구조와 상태뿐만 아니라, 학교까지의 출퇴근 시간, 주변 근린 시설, 치안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금자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의 가격(전세보증금 혹은 매매가)일 것입니다. 알다시피 부동산은 인간이 거래하는 재화 중 값비싼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목돈이 필요하고 몇 년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나만의 공간을 꿈꾸며 어떤 곳에 살기를 원하는지 네이버 부동산으로 검색하고, 직접 찾아가 보고, 가격도 알아보는 것입니다(당장 거래할 의향이 없어도 부동산은 늘 환영해 줍니다. 단, 밝히지는 마세요). 그 가격에 맞춰 재무 목표와 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다양한 대출 상품의 활용도 염두해 두면 좋습니다. 특히 만 34세 이하 청년들에게는 주택도시기금, LH, 지자체 등에서 정책적으로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대출 원리금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관련된 정보를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대부분 연 소득을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 과세 소득(세전 소득 중 식비와 연구비를 제외한 부분) 기준 4000만 원 혹은 5000만 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꼭 한 번 ‘청년전세임대주택, 청년전용버팀목전세자금, 청년 무주택자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등을 검색하면 됩니다.
#차량 구입
요즘 신차를 구입하려면 3000만 원은 쉽게 넘을 만큼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차는 구입한 이후에도 유지비가 들어갑니다. 적게는 한 달에 20~30만 원에서, 많게는 40~50만 원 이상 들어가기도 합니다.
짧은 시일 내에 다른 재무 목표 달성을 꿈꾸고 있고,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량 구입을 뒤로 미루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저처럼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내 차가 없으면 출퇴근 시간이 배로 늘어납니다. 이렇게 차량 구입이 필수인 상황이라면 중고차를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경제개념 중 ‘레몬 시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저품질 상품을 표현할 때 레몬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를 차용한 개념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차이가 발생하는 시장을 부를 때 많이 사용합니다.
중고차 시장은 가장 대표적인 ‘레몬 시장’으로 판매자는 자신의 차량이 얼마나 좋은지, 혹은 얼마나 나쁜지 잘 알지만 구매자는 그 차량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중고차 구입을 꺼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중고차 가격은 그 차의 실제 가치보다 낮게 형성됩니다.
예전에는 중고차 시장이 선진화되지 못해 중고차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는 무조건 새 차를 구입해야 한다고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자본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중고차 보증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시장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동차 제조 기술도 발전해 레몬 같은 차량을 잘못 선택해 낭패를 볼 확률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 결혼
결혼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이자, 재무적으로도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결혼식 행사 자체를 위한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무엇보다 부부를 위한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목돈이 필요합니다.
결혼 중개 전문업체인 ‘가연’이 결혼 1~5년 차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24 결혼비용 리포트’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3억474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중 79%에 해당하는 2억4176만 원이 신혼집 마련에 쓰였다고 합니다.
위 조사 결과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결혼에는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몇 년간의 재무적 준비가 꼭 필요합니다. 아직 미혼이라면 내가 원하는 신혼집의 위치와 그 동네 주택 매매가 혹은 전셋값을 한 번 검색해 보고 재무 목표를 세워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내가 원하는 결혼식 행사의 모습도 그려보고 필요한 결혼식 비용을 가늠해 재무 목표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때 혼자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부모님, 배우자가 될 사람과 논의할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최근 필자는 결혼을 앞둔 후배가 있어 결혼과 결혼 비용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후배에 따르면 주변 지인 중 결혼 비용으로 의견 대립이 있어 파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결혼이 돈 문제로 인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맞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결혼은 현실이고 현실적인 부분의 많은 경우는 돈이 관련될 수밖에 없어서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결혼 비용은 양가 부모님과도 관련이 있어서 예비부부 두 사람의 2차 방정식이 아니라 3, 4차 고차 방정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혼식과 비용에 대한 양가의 이야기가 오가기 전에 두 사람이 먼저 많은 얘기를 나누고 합의해야 합니다. 특히 두 사람이 솔직하게 서로의 형편에 관해 정보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신혼집도 알아보고 그 외 결혼식 비용도 생각하면서 공동의 재무 목표와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최근 들어 디지털이니 AI이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을 보면서 앞으로 더 미래 예측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내가 예상한 생애 재무 이벤트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재무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현기증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미래 예측, 기대, 준비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나침반은 필요합니다. 물론 미래에 대한 내 예측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아마 틀릴 확률이 더 높을 것입니다. 틀리면 뭐 어떻습니까?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재빨리 뷰를 바꾸고 기민하게 목표와 계획을 다시 세우면 되지 않을까요?
유연한 사고와 기민한 대응으로 선생님 모두 경제적 여유를 얻길 원합니다. 똑똑한 재무관리로 건강하고 균형 있는 삶을 꾸려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