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2018년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도입되었고, 2023년부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전국 고등학교에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있어서 지역별·학교별 차이는 있었으나,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별 특색있는 교육과정,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고시 외 과목 편성 등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과 학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대비하여 최소 성취수준 미달학생을 위한 보충지도가 마련되어 최소 성취수준 보장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물론 희망학생 부족으로 적극적인 보충지도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학교현장에 최소 성취수준 보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고교학점제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교육과정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와 그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고등학교 교사들의 수업·평가·행정업무 부담은 대폭 늘어났지만,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고교학점제 안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 아래에서 교사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진로탐색 및 학업설계 지원, 이수기준 도달을 위한 모니터링 및 피드백 제공, 미달학생에 대한 보충수업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학교의 본질적인 기능이자 당연한 역할이지만, 과밀학급이 존재하는 수도권 및 광역시의 학교나 학생수가 적어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경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김영은·허예지·백경선, 2023).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수 감축방안을 발표하여 학교현장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둘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당장 3월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되지만, 교원들의 전문성 함양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전국적으로 다양한 연수와 안내를 제공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다양한 과목에 대한 이해와 수업 및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융합선택과목은 교과내·교과간 주제 융합과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과목으로 미래핵심역량 함양에 유용하지만, 기존 교과 중심의 교육을 해 온 교사들에게는 낯설어 준비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이유로 융합선택과목은 실제 학교교육과정에서 제대로 편성되지 못하고 있다.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5단계 상대평가와 함께 도입되는 성취평가제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와 준비가 미흡하다. 2012년부터 성취평가제가 도입되었지만, 9단계 상대평가와 병행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교육과정에 따른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은 평가계획서에만 형식적으로 제시되고, 실제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에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교사들은 성취평가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전문성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5단계 상대평가가 시행되고 표준 편차가 기재되지 않는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성취평가제 정보는 대입평가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성취수준을 고려하여 문항을 출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셋째,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 올해부터 학생들은 학점 이수기준에 미달할 경우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며, 이를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에 필요한 192학점을 채우지 못해 졸업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2023년부터 시행된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는 희망학생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고, 교사들의 전문성 또한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달학생이 많은 학교의 경우, 학기 중 보충지도를 위한 학점당 5차시 수업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하므로 학기 말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도 교사와 학생 모두 수업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이러한 책임은 학교와 교사에게 주어져 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넷째,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교 교육공동체의 인식 부족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교육청과 학교에서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체제와 대입 관련 연수를 제공하고 있지만, 학교 교육공동체의 이해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잘못된 정보를 접하여 학교교육과정 이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는 학교교육과정 이수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교사의 경우, 고교학점제를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이 아닌 단순히 다양한 과목 개설 및 선택으로 인식하고 학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입과 과목 위계만 고려한 과목 편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2028 대학 입시 개편방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기존 대학 입시의 어려움만을 고려하여 고교학점제로 인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심지어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 학교교육의 문제점까지 고교학점제로 인해 발생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고교학점제 도입 초반부터 제기되어 온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이는 교원단체의 지속적인 반대로 이어졌다. 특히 2022년 이후 고교학점제 준비는 더욱 지체되고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교육과정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교사 업무부담 경감과 실질적인 지원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제라도 학교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적용해야 한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경직된 학교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체제에서 고교학점제의 유연성이 강조되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지원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교사는 행정학급단위 기준이 아닌 실제수업단위 기준으로 배치하여 수업의 질을 유지하면서 교사들의 수업 및 평가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또한 학생의 미래역량함양을 위한 융합적이고 학생 주도적인 수업과 서·논술형평가를 위해 학급당 인원수를 20명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물론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중요한 고려사항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학생의 정상적이고 질 높은 학습을 위해 필요한 교원수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정규교원뿐만 아니라 기간제교사 인원수를 학생수 감소를 고려하여 적절히 조정하여 배치할 필요가 있다(허주 외 3인, 2020).
둘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교원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 교사 대상 교육과정-수업-평가 연수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특히 새롭게 도입되는 융합선택과목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여 교사들이 융합적 주제 학습 및 문제해결, 실생활 맥락 속 적용 및 실천능력 함양 등 미래핵심역량 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연수 프로그램은 이론교육뿐만 아니라 실제 수업사례 공유, 교재 개발 및 활용법 안내, 교사학습공동체 운영지원 등을 포함하여 실질적인 수업적용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5단계 상대평가와 함께 병기되는 성취평가제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와 준비를 돕기 위해 관련 연수를 의무화하고, 평가도구 개발 및 활용법 교육, 문항출제 및 평가기준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과 안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 개발되어 있는 자료들조차 교사들에게 충분히 안내되지 못해 해당 정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셋째,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먼저 전 과목 미이수제 도입에 따라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최소 성취수준 보장 및 지도에 대한 의무 연수를 제공하여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연수는 이론교육뿐만 아니라 실제 지도사례 공유, 학생 맞춤형 지도방안 및 자료 개발, 개별화된 피드백 전략 등 실제적인 지도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최소 성취수준 미달학생에 대한 보충지도 체계를 학교 단위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도 함께 구축하여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달 학생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보충지도를 담당할 인적지원이 필요하며, 학교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교육청 단위 또는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보충지도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보충지도에 참여하는 교사에게는 정규수업시간 이외의 시간에 이루어지는 수업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여 교사들의 동기 부여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넷째,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교 교육공동체의 인식 부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고교학점제 체제와 대입 관련 교육 및 상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 및 자료 외에 학생과 학부모의 접근성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자료(동영상·PDF 등)를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온오프라인 상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사들에게는 고교학점제를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해 2022 개정 교육과정과 2028 대학 입시 개편방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해결방안은 학교현장과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의지와 노력이다. 지금까지는 학교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듣기만 하고 실제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교육청에 요구하면 교육부의 지원이 부족하다 하고, 교육부에 요구하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의 지원이 없어서 어렵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많은 교육제도와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문제점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본격화되었고, 시대의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고교학점제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중요한 교육정책이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안착은 학교 교육공동체, 교육당국, 정부의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사·학생·학부모 모두가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