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흩날리는 연분홍빛 꽃비가 전국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 끝에서 터지는 벚꽃 망울은 봄의 설렘을 전하는 자연의 편지다. 매년 찾아오는 벚꽃 시즌이지만, 그 감동만큼은 언제나 처음인 듯 새롭다.
바쁜 발걸음도 잠시 멈추게 만드는 이 마법 같은 순간을 더 특별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올봄 놓치면 후회할 국내 벚꽃 여행지를 소개한다.
벚꽃 물결 따라 떠나는 봄 여행, 그 중은 으뜸은 ‘진해’
매해 3월 말이면 경남 창원에 있는 해군의 도시 진해는 100만 그루가 넘는 벚나무가 만개하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여좌천 카페거리를 따라 양 갈래로 늘어선 벚꽃 터널은 마치 하얀 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벚꽃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물길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군항 도시의 특색을 살린 해군 의장대 공연과 군악대 연주회는 진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경화역 인근의 철길은 벚꽃과 어우러진 인생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해가 저물면 야간 조명에 물든 벚꽃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니,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다.
천년 고도 ‘경주’, 역사를 품은 벚꽃길
경주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 꼽히는 보문단지와 대릉원은 매년 이맘때면 화려한 꽃비가 내려 천 년 역사와 봄의 낭만을 동시에 선사한다. 신라의 왕릉 위로 내리는 꽃비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천 년의 시간을 품은 고분과 그 위를 감싸는 벚꽃은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밤이 되면 불국사의 석탑과 벚꽃이 달빛에 물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에는 화사한 벚꽃이, 밤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빛나는 벚꽃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여행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도심 속 봄날의 낭만 ‘여의도 벚꽃축제’
바쁜 일상 속 잠시 쉼표를 찍어주는 여의서로는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길이다. 1.7km에 달하는 도로에는 약 1800 그루의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에 길게 뻗은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들은 도심 속 오아시스가 되어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로맨틱하게 물들인다. 야간 조명과 함께 반짝이는 벚꽃은 도시의 밤을 더욱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최초로 봄소식을 전하는 제주의 한라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왕벚꽃은 그 자태가 남다르다. 제주대학교와 절물자연휴양림의 벚꽃길은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현무암 돌담길 위로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은 제주만의 특별한 봄 이야기를 들려준다.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10km의 벚꽃길은 마치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골 길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들은 푸른 차밭, 맑은 계곡과 어우러져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풍경을 선사한다. 쌍계사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산길에서 만나는 벚꽃은 마치 선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