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을 인상한 주요 사립대학들이 교육비와 장학금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인상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 투자마저 미진한 상황인 것이다. 학생들은 등록금 부담에 장학금 축소까지 이중고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요 사립대의 2025년도 예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가 등록금 수입을 늘리고도 정작 실질적인 교육 투자 확대에는 소홀하다. 특히 등록금 인상으로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음에도 이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실이 적립금 누적액 상위 30개 사립대학은 등록금을 올린 상황에서 교육 투자를 줄이거나, 줄어든 장학금을 충분히 보전할 만한 교내 장학금을 편성하지 않은 대학들이 상당수다.
한양대는 등록금을 4.9% 올려 등록금 수입이 143억 원 늘었으나 교육비를 201억 원 줄였고, 중앙대는 등록금 수입이 35억 증가에도 교육비를 192억 원 줄였다. 이화여대·고려대·동국대 등도 등록금 수입 증가에도 교육비 투자를 줄인 곳이다.
19개 대학은 줄어든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액에 비해 충분한 교내 장학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일부 대학은 지난해보다 교내 장학금 자체를 줄이기도 했다.
중앙대의 경우 국가장학금 지원액 38억 원을 못 받게 됐지만 이를 보전하기는커녕 교내장학금을 72억 원 줄였고, 숭실대 역시 16억 원을 못 받게 된 상황에서 교내장학금을 30억 원 줄였다. 이 외에도 홍익대·이화여대·수원대·성균관대 등이 국가장학금 감소분의 일부만 보전하거나, 낮게 책정한 곳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여전히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장학금 혜택으로부터 제외되는 학생이 35만 명에 달하는 데다, 장학금 감소액이 총 1549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원은 “등록금 인상 대학 중 상당수가 교육비나 장학금으로 제대로 환원하지 않고, 국가장학금 축소에 대해서도 별다른 보전 조치 없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이 학생을 위한 실질적 투자로 이어졌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교육부의 책임도 끝까지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