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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지구촌 풍경] 도우루강이 흐르는 도시 포르투의 낭만을 걷다

 

남부유럽 여행지를 고민할 때, 포르투갈의 ‘포르투(Porto)’는 한 번쯤 눈길을 끌 만한 도시이다. 도우루강을 따라 형성된 이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지녀 우리나라에서도 여행 예능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가성비 좋은 유럽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포르투를 걷다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이 반짝이는 도우루강, 그리고 골목에서 들려오는 파두(Fado) 선율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뿐만 아니라 포트와인의 본고장이자 맛있고 저렴한 지역 고유의 음식을 통해 우리의 미각까지 사로잡는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 포르투에서 보낸 겨울의 낭만을 따라 함께 걸어보자. 


역사와 낭만이 공존하는 여행자의 도시
포르투는 1996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2017년에는 AFP가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여행 가고 싶은 도시’ 1위로 꼽힐 만큼 많은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도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긴어게인 2’에 등장하면서 관심을 모았고, 이후 많은 한국인에게 ‘최애’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포르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도시는 포르투갈의 기원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고대 로마의 전초기지가 도시의 시초였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중세에도 번성하며 도시 내부에 다양한 유적을 남겼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여름은 건조하고 습도가 낮아 비교적 쾌적하며, 겨울에도 우리나라보다 따뜻해 사계절 내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도시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2~3일 정도면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고, 관광지가 도시 중심부에 밀집해 있어 도보 이동 역시 수월하다. 조금 더 여유롭게 머물며 포르투가 지닌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일주일 정도 여행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포르투의 감성적인 풍경, 도우루강 주변
필자는 2019년 1월, 포르투를 찾았다. 지인들로부터 포르투가 참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3주간 이루어진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던 여행지였다. 숙소로 이동해 짐을 풀고, 구시가지인 리베이라 지구에 들어서자마자 도우루강과 루이스 1세 다리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강가에서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고, 버스킹을 하며 감미로운 기타 선율을 들려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루이스 1세 다리 위로 올라가 강을 내려다보니, 유유히 떠다니는 전통 배 ‘라벨로스’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포트와인을 실어 나르던 이 배들은 이제 관광객들에게 포르투의 낭만을 선물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맛보는 포르투의 해물밥과 나타
포르투에서 꼭 맛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는 포르투갈식 해물밥, ‘아로스 드 마리스코(Arroz de Marisco)’이다. 홍합·새우·오징어가 듬뿍 들어간 토마토 베이스의 밥인데, 촉촉하고 진한 해산물 육수를 가득 머금고 있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접시에 푸짐한 해산물이 가득하게 차려졌다. 한 입 떠서 먹는 순간, 익숙한 맛이 떠올랐다. 얼큰한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그 느낌이었다. 해물 육수에서 우러나온 감칠맛 덕분에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떠먹게 되는 맛이었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정말 잘 맞는 요리였다. 


맛있게 식사를 한 뒤에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나타(Pastel de Nata) 가게에 들러 방금 나온 따뜻한 에그타르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속에 가득 찬 부드럽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의 조화로운 맛이 일품이었다. 포르투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1일 1나타’를 실천하며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것이 일종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여행에서 음식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포르투 여행은 이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맛있는 해산물 요리와 디저트를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포르투가 많은 여행자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포르투의 특별한 맛, 포트와인
포르투에 왔다면, 포트와인을 빼놓을 수 없기에 강을 건너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3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들이 모여 있었고, 필자는 그중에서도 명성이 높은 테일러 와이너리(Taylor’s Winery)를 방문했다. 포트와인은 일반 와인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와인 발효과정 중 특정 시점에서 브랜디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데, 이 덕분에 일반 와인보다 훨씬 더 깊고 달콤한 맛을 지닌다.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오랜 숙성을 거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2~3년 숙성을 거치지만 포트와인은 10~20년, 심지어 40년 이상 숙성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와인의 맛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진다고 한다. 와이너리에서 다양한 연식의 포트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깊고 진한 루비색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묵직한 단맛과 과일 향이 입안에 퍼졌다. 생각보다 취기가 빠르게 올라와 정말 도수가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그 맛은 포르투의 겨울 풍경과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포르투의 밤을 물들이는 파두 공연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 ‘시각’에 의존된 경험을 하곤 한다. 시각 외에 하나를 더 꼽자면 여행 중에 먹는 음식으로 기억되는 미각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조금 더 의미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감각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포르투는 시각·미각 뿐만 아니라 ‘청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이다. 


포르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 바로 파두(Fado) 공연이었다. 파두는 포르투갈 전통음악으로, 기타 연주와 함께 깊은 애절함을 담아 노래하는 장르다. 여행의 마지막 밤, 필자는 작은 파두 공연장이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실내는 어두운 조명 아래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사람들은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검은 옷을 입은 가수가 무대에 올랐고, 첫 음이 울려 퍼졌다. 파두 공연은 마치 재즈 공연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인 사우다데(Saudade, 그리움과 향수를 의미하는 단어)를 담은 멜로디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서 포르투갈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정을 공유받는 듯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 달 살기에 최적의 도시, 포르투
포르투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경관, 맛있는 음식과 강렬한 와인,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거리….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덕분에 부담 없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도시라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여행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포르투는 ‘한 달 살기’에 가장 적절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머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나 따뜻한 국물 요리와 같이 우리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도 많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필자에게 포르투는 죽기 전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도시다.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며 도시의 낭만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에, 다음 여행에는 꼭 한 달 정도 머물러 보고 싶다. 만약 한 달이 어렵다면, 최소한 2주 살기라도 실천해 보고 싶다. 포르투의 골목골목을 더 깊이 걸으며, 매일 아침 도우루강을 따라 산책하고, 와인 한 잔과 함께 파두 선율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생활….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한동안 머물며 이 도시의 일상이 되어 보는 것! 그 생각만으로도 다시 포르투를 찾을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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