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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고, 서울대 10개의 꿈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쟁점화한 교육공약이다. 선거 과정은 물론 대통령 확정 후에도 이 공약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동상이몽 격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내용으로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정책을 형성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 역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관한 하나의 견해이며, 정책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사실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논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같은 제목의 책을 2021년 발간한 후에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논의 과정에서 발전해 온 생각이다. 2000년대 초 정진상 경상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의 서열 체제를 해체하고 대학의 고른 발전과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을 제안했고, 이 문제의식이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겪으며 오늘날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진화했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개혁을 위한 하나의 큰 우산과 같은 개념이 되었고, 그 구체적 내용은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다.

 

대학이 직면한 두 가지 과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제안되었다. 따라서 이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시점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대학개혁을 추진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둘째, ‘대학개혁’ 더 구체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둘러싼 정책 환경을 시야에 넣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대학은 두 개의, 적확하게는 서로 관련된 두 개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대학체제를 개혁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교육과정과 운영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우선 대학체제 개혁부터 생각해 보자. 아동 청소년 인구가 크게 줄면서 대학 구조개혁이 벌써 10여 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총 입학 정원은 43만여 명이고, 같은 해 만 18세 인구도 43만여 명이다. 한국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이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 정원을 채운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7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 외국인 학생을 받아들이고 나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그런데 만 18세 인구는 2032년까지는 비슷한 규모로 유지되지만, 그 후 크게 줄어들어 2040년에는 26만여 명이 된다. 2040년 만 18세 인구가 모두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2023년 기준 60% 대학만이 생존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대학 정원을 줄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2040년 무렵 우리나라 대학의 모습이 지금과는 사뭇 달라져야 한다. 2040년 우리나라의 대학에는 20세 전후의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 그리고 학위과정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비학위과정을 이수하는 성인들이 고르게 섞인 학습공간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40년 만 18세 인구 26만 명의 80%에 해당하는 20만 명의 내국인 학생, 그 해 입학한 외국인 학생 8만 명, 그리고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비학위과정을 이수하는 재직자와 구직·창업 희망 성인 50만 명이 함께 학습하고 생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비학위과정 학생 5명을 정규학생 1명으로 치환하는 경우, 현재의 대학 정원을 약간만 줄여도 된다. 중요한 것은 정원 감축이 아니라 우수한 외국인과 다양한 성인 학습자를 받아들여 교육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대학 교육과정과 운영방식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근래 인공지능 혁명이 일어나고 학문의 세계와 일의 세계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혁명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전통적 학문의 분과적 특성은 약화되고, 통·융합적 학문이 발전하고 있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하나의 일에 종사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드는 대신, 몇 개의 일터에서 몇 가지 다른 일을 영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대학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하고, 엘리트 대학 운영방식 대신 보편 고등교육 시대에 걸맞은 대학 운영을 창조하는 과제가 제기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추구하는 흐름에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정책환경
이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정책환경을 검토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재정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여파가 심각하고,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응하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국가재정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고령화에 따라 복지재정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통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과학기술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지방소멸을 방어하기 위하여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에도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얼마 되지 않는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자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국을 수도권·충청권·호남권·동남권(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권 등 5개의 대권역을 형성하여 수도권 1극 체제를 다극화하고, 강원특별자치도·전북특별자치도·제주특별자치도 등 3개 자치도의 특색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5극 3특’ 중심의 지역발전을 기획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정책은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지만, 쓸 돈은 충분하지 않은 현실과 5극 3특이라는 지역발전 방향과 흐름을 맞출 필요가 있다.

 

두 가지 고등교육 정책과제 제안
이와 같은 전제 위에서, 현 대통령 임기 중 추진해야 하는 두 가지 고등교육 정책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5극 3특 권역별로 기존 청년 대학생은 물론 재직자와 전직·창업 희망자들이 자유롭고 의미 있게 학습할 수 있는 학습망(learning web)을 구축해야 한다. 18세 인구 급감이 예정된 상황에서 상당수 대학은 성인 학습자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거나, 일과 학습의 전환을 돕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시도별로 RIS(E) 체계를 형성하여 대학 간 공유 교육과정 운영을 확산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되, 17개 시도별이 아니라 5극 3특별로 RISE 위원회를 구축하고, 권역 내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협력을 발전시켜서 다양한 학습자의 학습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향후 기존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IX)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인력 양성과 산학협력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권역별 대학체제가 감당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5극 3특별 성장을 추구하고자 할 때, 권역별 핵심 성장 엔진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고, 이것은 권역별 연구·개발(R&D) 역량을 획기적으로 신장하는 과제로 귀착된다. 권역별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을 형성하고, 이 대학원을 중심으로 권역별 핵심 산업과 협력체제를 갖추어야 성장 엔진이 가동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권역별 1개의 대학원과 3~4개의 연구집단을 선정하여 집중 지원해야 한다. 향후 10년 이내 세계 랭킹 100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대학을 권역별로 하나 이상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추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할 때, 정부의 재정 투입을 기대할 수 있다.

 

재정 투입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 내부의 혁신
이 과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도 개별 대학(원)의 힘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우선 권역별로 선정된 대학원은 하나일지라도 그 대학과 이웃한 여러 대학의 역량 있는 교수들이 겸직 형태로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하고 학생들을 공동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대학보다 훨씬 우수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분원이나 센터를 대학 내에 설립하도록 하여 대학 교원과 학생들이 연구기관의 장비를 공동 활용하고, 연구기관의 인력이 대학에서 강의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늦게 대학개혁을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우리를 훨씬 앞지른 중국의 사례를 보면, 재정 투입 외에 대학 내부의 혁신이 중요하다. 우수 교수를 유치하기 위하여 대학 교원의 보수와 인사 행정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 또 선정 대학원 내부의, 그리고 대학원 간 경쟁과 혁신 노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냉혹할 수 있지만, 교수의 연구 역량과 성과에 따라 차등적 역할 구분과 보상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을 바꾸고, 나아가 지역을 살리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대학생 인구 급감기에 진입하기 전에 새로운 대학체제를 형성하고, 5극 3특의 발전을 추동하는 핵심 에너지원을 만드는 일에 공헌하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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