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하루에 접하는 미디어 메시지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유튜브 자막, SNS 밈, 광고 문구, 뉴스 제목, 댓글 속 은어까지 모두가 하나의 메시지로 작동하며 사고와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메시지들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제작자의 의도, 선택적 정보, 시각적·언어적 장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이를 비판적으로 읽지 못하면 학생들은 왜곡된 인식 속에서 판단하게 된다.
이제 교실은 ‘보이는 대로 믿지 않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뉴스에 나왔으니 사실이겠지”, “팔로워가 많으니 신뢰할 수 있겠지”라는 단순한 추론은 미디어 해석력을 약화시킨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힘’이다. 교사가 이 질문 루틴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면, 학생들은 점차 자동화된 비판적 독해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교실에서 길러지는 ‘질문하는 힘’
교사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의미를 탐색하는 ‘해석의 동반자’다. 교사가 매주 ‘미디어 메시지 읽기’ 시간을 마련해 영상이나 광고 문구를 함께 보며 “이 장면이 왜 불편했을까?”, “다른 관점에서는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처음엔 머뭇거리던 학생이 점차 자신만의 해석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교실은 어느새 ‘토론의 장’, ‘질문의 장’으로 변한다. 교사 한 사람의 질문이 교실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미디어 메시지도 보이는 대로 믿지 않기 위해 해석 수업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 운영할 수 있다.
첫째, 광고 메시지의 이면 읽기 활동이다. 광고 속 문장과 이미지를 분석하며 제작 의도나 생략된 정보를 찾아내고, 학생들이 직접 가상의 광고를 만들어 서로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광고 해석 배틀’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학생은 광고가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설득의 언어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는다.
둘째, 뉴스 제목과 본문 비교 분석이다. 동일한 사건을 다룬 여러 기사의 제목과 본문을 나누어 읽으며, 자극적 제목과 실제 내용의 간극을 발견한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하면, 언론의 프레이밍 전략과 클릭 유도 방식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한 줄의 제목이 여론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우는 순간이다.
셋째, SNS 밈 분석과 재창작 활동이다. 유행하는 밈의 배경과 상징을 살피고, 패러디된 이미지가 원래 의미를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분석한다. 이어 학생이 직접 새로운 밈을 만들어보며 사회적 영향력과 오해 가능성을 함께 논의하면, 디지털 시민성과 표현 윤리에 대한 감수성까지 함께 자란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표현의 책임’을 배우는 시간이다.
비판적 시민성을 향한 첫걸음
미디어 시대의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분석력보다 질문력이다.
“왜 이런 표현을 택했을까?”, “이 주장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다른 문화나 세대는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할까?” 같은 질문은 학생의 사고를 흔들고 확장시킨다. 그 순간 교사는 지시자가 아니라 함께 사유하는 ‘대화의 동반자’가 된다.
미디어 해석력은 단순한 읽기 기술을 넘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생존력이다. 정확한 해석은 거짓 정보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감정적 선동에 휘말리지 않으며,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교실에서 나누는 짧은 광고 문장 하나, 기사 제목 한 줄의 해석이 곧 비판적 시민성의 씨앗이 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메시지 속에서도 교사의 한마디 질문은 학생에게 ‘생각하며 읽는 힘’을 길러주는 가장 작은 씨앗이자 가장 강력한 교육이 될 것이다.

이현주 장학사
전북 군산교육지원청
챗GPT 인공지능 시대 철저 대비법:
미디어 리터러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