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그분들의 어려움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태껏 ‘특수교사’, ‘특수 실무사’를 바라보면 헌신과 희생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그들의 힘듦을 정당화하는 줄 몰랐다. 우리는 그들이 짊어진 무게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을까?
프로젝트 통해 구조적 어려움 배워
우리 학교에서는 ‘열린연단 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번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었다. 처음에는 막연히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교사의 노동권 보호라는 주제를 선정했고, 장애인 관련 종사자의 노동권 보호라는 주제로 구체화하게 됐다.
장애인 관련 종사자는 보호자이자 교육자이며 학부모의 정서까지 감내해야 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인력 부족, 과중한 부가 업무, 정서적 소진이 작용해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리는 특수교사와 특수교육실무사의 노동권 문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1.1%는 특수교사가 일반교사보다 ‘더 큰 감정적 소모를 겪는다’고 답했고, 84.3%는 신체적 노동 강도 또한 더 높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근무 환경과 휴식권에 대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과중한 행정 업무, 휴게시간 부족 등 구조적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었다.
실제 인터뷰를 진행하며 응답자들은 심리 지원프로그램이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참여가 어렵고 필요한 지원이 아니라고 답했다. 가장 많이 드러난 문제점은 직무의 경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특수교사는 집에서도 밤낮없이 학부모의 민원을 처리하느라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져 있고, 특수 실무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 외에 청소나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하느라 돌봄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헌신보다 제도와 인신 보완 필요
그래서 우리는 근무 환경 개선, 복지 제도 강화, 직무 명확화, 심리 지원프로그램 마련 등을 제안하는 정책서를 작성해 국민 신문고에 제출했다. 우리는 이 문제의 핵심이 헌신을 당연시하는 사회 인식에 있다고 생각했다. 특수교사는 언제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자리로 여겨지지만, 이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행복에서 시작된다. 특수교사가 심리적,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때, 비로소 장애 학생의 학습권 또한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특수교사는 ‘특별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특별하다는 믿음’을 실천하고 있다. 이제는 그들의 헌신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의무로 인정받아야 한다. 제도와 인식이 함께 바뀔 때, 진정한 포용 교육의 교실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