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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몰래 녹음 허용은 위험한 입법 시도다

교육은 교원과 학생 간의 믿음과 상호 존중에서 시작되며, 그 굳건한 기반 위에서 꽃을 피운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이른바 ‘몰래 녹음 허용 법안’은 이 믿음과 존중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지난달 18일,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제3자의 타인 간 대화 녹음·청취를 허용하고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학대 의심’이라는 주관적 판단만으로 교실내 몰래 녹음과 청취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교실을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비밀 보장’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점이다. 수업 중 교사 발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사법부가 공개되지 않은 대화로 판단한 영역이다. 대법원과 각급 법원은 일관되게 교실 내 수업에 대한 제3자의 몰래 녹음은 위법하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해 왔다. 그럼에도 입법부가 예외 조항을 두어 이를 허용하려는 것은 사법체계의 일관성을 해치고 법적 안정성을 뒤흔드는 처사다.

 

이미 학교 현장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사들은 무혐의나 무죄를 받아도 회복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낙인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국의 모든 유·초·중·고 교실이 상시적인 몰래 녹음의 위협에 노출된다.

 

교사 잠재적 학대 가해자로 낙인

불신·감시의 교실로 전락 막아야

 

교사의 정당한 훈육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앞뒤 맥락이 잘린 채 악의적으로 편집돼 아동학대 증거로 둔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업 방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의 단호한 어조가 녹음기 너머에서는 정서적 학대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몰래 녹음’ 합법화는 교원들을 ‘잠재적 학대 가해자’로 낙인찍는 것이며, 교육적 소신 대신 기계적인 방어 태세로 일관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교실은 신뢰와 배움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전락해, 교육 본질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의 붕괴다. 장애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는 돌발 행동 제지나 신변 처리를 위해 불가피한 접촉이나 강한 어조가 동반되기도 한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몰래 녹음돼 학대 의심의 증거로 제출된다면, 어떤 교사가 사명감을 갖고 장애 학생을 지도하겠는가. 이는 결국 특수교사의 교육활동 위축과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고, 보호받아야 할 장애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교육적 역설’을 초래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는 국가 시스템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이뤄져야지, 개인 간 사적 감시를 합법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교총 지적처럼 교실은 감시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교실이 감시 환경으로 변하면 교사는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게 되고, 그 피해는 학습권 침해라는 부메랑이 되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회는 위험한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몰래 녹음 허용이 아니라,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무고성 신고로부터 교원을 지켜낼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선생님을 지키는 것이 곧 학교를 살리고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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