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24일 오후 5시30분. 김포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만난 권정철 교사(등반대장) 일행은 다소 긴장된 얼굴이었다. 히말라야에서 새 천년을 맞이한다는 설렘과 사고 없이 돌아와야 한다는 초조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권정철·손대출·배원석(서울 영란여정보산업고), 전명철(원정대장)·내준규(서울 선덕고), 조현만(경기 구리여중)교사. 산악회 활동으로 평소 친분이 있던 6명의 교사가 히말라야 임자체(ImjaTse·6189미터) 등정계획을 세운 건 3년 전이다.
권교사는 "히말라야는 모든 등산인의 꿈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불혹의 교사도 힘겨워 보이는 꿈조차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오만 가지고 산에 오를 수는 없는 일. 6000미터급 고산 등정은 모두에게 처음인 만큼 강인한 체력과 팀웍을 갖춰야 했다. 산악마라톤에 참가해 체력을 측정한 이들은 주말마다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에서 암벽등반을 하고 방학에는 설악산 공룡능선, 용아장성을 종주하며 체력을 쌓았다. 특히 겨울에는 1∼2미터씩 눈이 쌓인 설악산 서북주능, 한라산 왕관봉에서 일주일간 장기산행을 하며 심설(深雪)훈련을 반복했다.
등정팀은 28일 루크라(2800미터)를 출발해 이달 6일 베이스캠프(5087미터)에 도착하기까지 50㎞를 걸어서 이동한다. 매일 고도를 500미터씩 높이며 고소적응훈련에 들어가는 것이다. 산소량이 평지의 2/1 이하로 떨어지는 고산지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상 도전은 고사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교사는 "제트기류와 수직 빙벽 그리고 혹독한 날씨가 장애물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산도 우리를 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정팀은 9일 새벽 만년설을 밟으며 정상에 도전한다. 아니, 정상은 이미 그들 마음속에 와 있었다. 대원들은 "히말라야 등정을 결심했을 때 우린 벌써 정상에 서 있었다. 정상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단지 땀흘리며 준비했던 지난 시간이 아름답게 느껴질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