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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이 걱정되는 이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사회적으로 견해차를 보이는 사안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시민교육 원칙’ 시안을 공개하고 23일 부산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차정인 국교위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상당수 학생과 교사들은 시민교육을 위해서 수업 및 교과 증가보다 학교 밖 체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표된 시안의 핵심 조항은 ‘학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들을 교육활동 주제로 적극적으로 수용해 다룬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시행된다면 최근 논란이 된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 유명 아이돌 멤버의 사투리 일베 논란이 교실 내 토론주제가 될 날도 멀지 않다.

 

사회는 교실이다.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를 접해야 하고, 토론문화가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또 국민과 교육계 논의를 거쳐 그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 목적과 취지를 구현하기 쉽지 않은 현실과 과제가 있다.

 

첫째, 학교시민교육 원칙은 선언적 한계가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이 저마다 갖는 권리와 의무는 헌법을 근간으로 수많은 교육법령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번 원칙은 법적·현실적 한계를 가진다. 수업을 강제할 수도 없고, 수업 내용에 대한 민원과 소송제기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취지 공감하지만 현실 녹록지 않아

교육활동 위축·분란 야기도 우려돼

중립성 기준·민원 대책 등 마련해야

 

둘째, 이슈 수업 몰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시의성의 원칙’을 내세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을 교육활동 주제로 다루라는 것은 과도하다. 수업과 과목마다 교육과정에 따른 목표와 진도가 있다. 이슈 수업에 매몰돼 선후가 바뀌는 교육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셋째, 정치 편향적인 수업은 안 된다는 숙제가 있다. 이슈 대상 선정부터 시작해 교사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수업을 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가 예상된다.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학생 간 갈등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소한 일을 빌미로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아동학대 교육감 의견서 제출 제도가 도입된 202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1870건의 교원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

 

넷째, 50년 전에 만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1976년 독일과 2026년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 국민의 정치적 의식은 엄연히 다르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교원 정치기본권 쟁점과 과제 토론회’ 발제를 한 강구섭 전남대 교수는 “보이텔스바흐 협약이 우리나라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나라는 이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 맞는 것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결국 중립성 기준과 수업 운영 가이드 라인, 민원 대응 보호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오히려 교사·학교 간 차이 발생, 교육활동 위축과 분란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헌법이나 법도 아닌 국교위의 ‘학교시민교육 원칙’이 어떤 교육적 효과와 파문을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정 정당이나 정파 지지·반대 행위나 상대방을 혐오·비판하는 수단이 된다면 교육 역사에 또다시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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