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와 관련된 기사가 터지고 일부 학부모단체는 만연된 일이라며 사례(?)를 들이댄다. 교육당국은 근절을 외치며 법석을 떤다. 늘 교육주간을 전후해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새로울 것도 없는 풍경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발표한 '교육부조리 관련 특별감찰 결과'도 5월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예년과 달리 일선 교원들 사이에서 '함정ㆍ표적단속' 논란이 거세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18일 "신학기를 맞아 촌지수수, 불법 찬조금 모금 등 교육 분야 각종 부조리 근절 방안의 일환으로 4일부터 16일까지 전 초ㆍ중ㆍ고에 대해 감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감찰결과 목동, 중계동, 여의도 지역과 강남권의 아파트가 밀집된 초등학교에서 촌지수수가 이뤄지고 있음이 적발됐으며 관련교사 12명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이번 특감에 7명의 여직원까지 포함한 3인(지역청 2, 본청 1) 1조의 11개 감찰반을 편성, 지역청별 교차 감사를 실시했다. 여직원은 학부모로 위장해 교내에 투입됐다. 시교육청은 특감에 앞서 각급학교에 부조리 근절대책을 지시하고 특별교육까지 실시했기 때문에 이번에 적발된 교사는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는 시교육청의 특감 발표를 크게 수긍하지 않는 눈치다. 우선 '촌지수수' 교사 가운데 일부는 학부모가 음료수나 빵이라며 건넨 쇼핑백을 개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발됐고, 유독 초등교사들만 적발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촌지수수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특감이 편파적이고 악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ㆍ고교 교사들은 교무실에 모여 있어 학부모와의 접촉이 어렵지만 초등은 상대적으로 (적발)가능성을 높게 봤다"며 "결과적으로 초등만 촌지를 수수하는 것으로 비춰져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특감기간에 적발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여직원 활용은 "남자 학부모의 학교출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적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적발된 교사들이 음료나 빵에 현금(상품권)이 들어있는 것을 인지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징계절차에 들어가면 그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실적에 급급한 측면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초등만 문제가 된 것과 관련해서도 "중등도 계속 조사하겠다"며 비켜갔다.
이러저러한 논란을 뒤로하고 과자 한 조각이라도 받은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 사회가 이제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교사와 학부모의 만남에 위장한 감찰반이 카메라폰을 들이대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 또한 좋은 모습이 아니다. 어떨 때는 교육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딴 나라 사람같이 느껴진다. 빨리 가라,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