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행평가의 진원과 원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진정 학생을 평가하는 최선의 방법일까. 새교육 2월호에 실린 김호권 전 영남대 교수의 'OSS 수행평가'는 이 문제에 대한 일답을 내리고 있다. 김교수는 "OSS의 선발방법은 수행평가의 원리를 밝히고 그것을 교육평가나 그 밖의 연구분야에 올바로 응용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수행평가의 발상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美육군 첩보기관인 OSS(전략특무단)다. OSS는 탁월한 정예요원을 선발하기 위해 60명 이상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군사전략가를 참여시켜 새로운 선발방법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수행평가의 원형이 됐다.
OSS 심리학자들은 첩보요원들이 실전에서 수행해야 할 다양한 임무를 분석하고 이 '직무분석'에 따라 요원들의 인성, 자질, 능력 등을 측정하는 '측정요인 일람표'를 개발했다. 이 표에는 △임무에 대한 동기(전투사기 등) △에너지와 자발성(활동성, 노력 등) △효과적 지능(사고의 순발력, 독창성 등) △정서적 안정성(통제력, 참을성 등) △인관 관계(팀플레이 능력) 등 △지도력(협력 유도력, 책임감 등) △보안 유지력 등 7가지 기본 요인 외에도 체력, 관찰력과 보고력, 선전 기술 등의 추가 요인을 담고 있다.
일람표가 완성된 후 OSS 심리학자들은 실전 상황과 비슷한 가상적 상황을 고안해 요원들이 실제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토록 하고 이 과정을 정밀 관찰함으로써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밝히려고 했다. 상황검사(situation tests)로 명명된 이것이 바로 수행평가의 원형이다.
상황검사 중 '개울 상황검사'는 각 조별로 통나무를 이용해 협곡 양쪽에 있는 군수물자를 신속히 옮기는 임무를 부여하고 작업과정에서 표출되는 개개인의 성격과 능력을 검사관이 관찰·기록하는 것이다. 각 조(4∼5명)에는 신병으로 위장한 OSS 심리학자가 포함돼 작업을 방해하거나 불평을 늘어놓아 조원의 반응을 살피고 청취하는 첩자 역할도 했다.
'스트레스 면접'도 치러진다. 이것은 기관에서 극비 문서를 갖고 나오다 발각된 신병(신원을 밝힐 증명서도 없고 밝혀서도 안된다)이 거친 조사관 앞에서 얼마나 침착하게 자신의 결백을 논리 있게 주장하는가를 살피는 과정이다. OSS는 이 면접을 통해 정서적 안정성, 보안유지력, 임무에 대한 동기 등을 측정했다.
OSS는 3일 동안 이 검사들 외에 20여종의 상황검사, 투사적 설문지, 적성검사, 면접을 실시했다. 아울러 선발된 요원들이 실전에서 수행한 성과까지 철저히 추적하고 평가함으로써 그들이 고안한 선발방법의 예언 타당도를 체계적으로 검증해 나갔다. 이러한 작업들이 수행평가라는 새로운 평가 원리를 개척하고 기틀을 확립한 것이다.
그러나 수행평가는 여러 가지 가능성과 함께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막중한 평가업무 부담, 피평가자가 느껴야 하는 긴장과 불안이 바로 그것.
그래서 그는 "학교 교육체제 안에서 수행평가를 학생 선발이나 학업평가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고급인력이나 특수인력을 선발하는 정교한 평가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