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큰 학교에 근무할 때 K교사라는 동료가 있었다. 그는 능력도 있고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도지정 연구학교의 연구주무였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교장실에서는 열리는 참모회의에 참석하느라 한해 동안 1교시 수업은 거의 하지 못했다. 출장도 잦아 걸핏하면 보결수업 내지는 자율수업이 이뤄졌고 옆 반 담임이던 내게도 많은 피해가 돌아왔다. 소란스런 아이들을 보다못해 의례껏 그 교실을 봐 주는 게 일과처럼 돼 버렷다. 정보부장이면서 담임을 맡은 J교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타고난 컴도사로 학교정보화에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담임으로서 과연 몇점을 받을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큰 학교라 교실과 정보교실이 100미터도 넘게 떨어져 있어 오가기에도 힘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생활하는 일이 많았다. 역시 출장도 많아 수업도 많이 빼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참다운 교사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됐다. 능력은 있지만 아이들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교사들이 학교현장에는 얼마든 있다. 해당 교사들의 본의는 아니지만 분명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담임교사의 임무는 수업시간을 지키는 일이며 특히 초등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 교사가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능력 있는 교사 때문에 피해를 본 학반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쯤 고려할 때가 아닌가 싶다. 차제에 그 대안으로 특수한 기능이 있는 교사는 학반 담임을 배정하지 말고 증치 교사나 시·도교육청에서 파견 교사로 임명해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했으면 한다. 아울러 교육청에서는 자기 할 일까지 일선 교사를 차출해 시키는 일을 자제해 줬으면 한다. 국회의원들의 출석률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다. 승진이나 근무성적에 관계없이 교사들 스스로 자신의 출석률을 체크하고 반성할 일이다. <이근철 경북 경산서부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