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통계연보 부록에서 학교교직원 구성을 보다보면 안타까운 것이 있다. 중학교는 3학급에 전교생 70명 정도의 소규모 분교장에도 일반 행정직원이 배치돼 있는데 초등교에는 특수학급을 포함해 7학급 규모 이상에만 일반직이 배정돼 있을 뿐이다. 본교 6학급에 분교장이 1∼3개 딸린 학교에도 일반직은 없다. 3∼5학급의 소규모 초등교에는 일반직만 없는 것이 아니라 교감도 없고 영양사도 없다. 소규모 초등교에는 한 교사가 출장을 가면 보결수업을 할 교사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직원 수가 많은 학교에는 직원을 더 배정하고 적은 학교에는 적게 배정하는 이 논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학급 수가 적은 소규모 초등교에는 할 일이 적기 때문이라는 발상에서 비롯됐다면 교육부는 학교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6학급 학교 교감으로 재직했던 96년7월의 일이다. 학교에 공문이 너무 많아 면사무소에 전화를 건 적이 있다. 상반기에 공문이 몇 건이나 접수됐는지 학교와 비교해 보고 싶어서였다. "말도 마이소. 벌써 3000건이 넘었니더" 부면장의 엄살에 `과연 행정관청은 공문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교사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반기 중 학교에서는 600건의 공문을 6명의 교사가 처리했다. 1명당 100건 꼴이었다. 30명이 근무하는 면 직원들도 역시 1인당 100건을 처리한 셈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수업이 없는 면사무소 행정직원만큼 공문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해 9월 도교육청에 갔다가 장학관으로부터 "소규모 학교 교감으로서 고충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공문이 너무 많아 애를 먹는다"고 대답했더니 "앞으로 행정이 발달하면 더 많아질테니 불평하지 마라"고 꾸짖으셨다. 그 분의 예상은 옳았다. 99년 3월 한 달 동안 근무한 안동시 모 초등교에 접수된 공문은 업무연락과 타기관 협조공문을 포함해 350여 건, 쪽수로 1500쪽이 넘었다. 1년으로 추산하면 3500건 1만5000쪽 이상의 공문이 온다는 계산이다. 일반 행정요원 몇 사람이 처리하기에도 벅찬 공문량을 5∼7명뿐인 소규모 학교 교사들이 모두 처리해야 한다. 그러니 수업을 하다말고 교사들이 공문처리에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97년으로 기억되는데,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했더니 교무실에 있던 컴퓨터가 없어졌다. 숙직 근무자가 말하기를 구미에 있는 김 교사가 연휴 첫날 새벽에 와서 싣고 갔다는 것이었다. 학교 재물조사 자료를 입력해 제출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싣고 갔다는 대답과 함께 설 연휴 3일 내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는 김교사의 말을 듣고 울고 싶었다. 이 일을 교사가 할 일이 아니다. 어디 그 뿐인가. 각종 전산화 작업, 학교급식, 안전공제회, 제물조사, 도급경리 업무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모두 교사들의 몫이다. 행정요원과 영양사가 해야 할 일까지도 소규모 학교 교사들은 해야 한다. 이러니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수업 때문에 사무를 못 본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은 이미 유행어가 돼버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시교육청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건의도 해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 문제가 금년에는 한국교총과 교육부의 교섭과제로 올랐다. 그러나 이것은 교섭과제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에 교육부가 개선해 줬어야 할 일이다. 교육개혁이란 말만 부르짖지 말고 교사들이 잡무로부터 해방돼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