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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글은 섹스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스 지음/ 삼인


교사의 역할은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글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학생들을 좀 흔들어주는 일일 뿐”이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를 절대로 가르치지 말라"고 주문한다.

“글쓰기의 첫 번째 규칙은 글 읽는 사람을 절대로 지루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쳇, 그걸 누가 모르나?) “그렇다면 글쓰기의 두 번째 규칙은? 역시 지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세 번째와 네 번째 역시 짐작이 가시겠죠? 글은 섹스보다 재미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 데릭 젠스는 글은 무조건 지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첫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지랄”이라는 용어를 쓰며 주의를 집중시킨다. 우리 속에 있는 비평가 앞에서 “‘지랄’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지랄이라고 말하는 태도를 꽉 붙들고 있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나가면서 “신나고 즐겁게 쓰라”며 그는 수업시간 내내 이 원칙을 관철시킨다.

가장 중요한 글쓰기 연습이라면서 손가락 운동을 시키거나, 글쓰기에 성적을 매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과 머리를 싸매는 것 등이 그 것이다. 또 그는 학생들에게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가 있는 사람이 우연히 마법에 걸린 듯 끌리는 이성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집요하게 질문하면서, 모두들 쉴 새 없이 “왜”인지 묻는 성가신 아이 한 명씩을 키우라고 권한다.

이런 수업의 현장에서 학생들은 감추어둔 비밀과 상처를 드러낸다. 선생의 전복적인 물음과 실천들에 화를 내거나 저항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표출되기도 하고, 그들의 온갖 편견들도 솟구쳐 나온다. 이렇게 되어야만 비로소 학생들이 글을 쓸 준비가 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기억해내고, 무엇을, 어떻게 써나가야 하는 지를 인지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그는 글쓰기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이란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글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학생들을 좀 흔들어주는 일일 뿐”이라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를 절대로 가르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가르침은 간단하다. “단 하나의 배움은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제 것으로 만든 배움뿐“이라는 것. 그러나 원고지 몇 장 메우기에도 버거운 보통의 학생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를 용기 있게 쓰라"는 메시지만으론 왠지 부족하지 않은가. 바로 여기에서 저자는 글쓰기를 위한 '생존 지도'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도입부에서도 밝혔듯 그가 제일 강조하는 조언은 역시 글은 재밌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언 1. 글은 섹스보다 재밌어야 한다. 글 읽는 사람을 절대로 지루하게 만들지 말라.

조언 2.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특정한 걸 들이 대라는 얘기다. 스티븐 킹의 책 속에는 그냥, 어떤, 오래된 낡은 차는 나오지 않는다. '낡은 시트로앵 세단'이 등장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글이 가 닿는 가장 좋은 방식의 하나는 당신이 전달하려는 것을 그들이 다시 한 번 겪도록 만드는 것이고, 그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꽉 붙들고 매달릴 수 있는 이미지를 그려주는 것이다.

조언 3. 명확하게 써야 한다. 만일 서부영화를 만드느라 수백만 달러를 들이고자 한다면, 자료 조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글 한 편을 쓰려고 할 때도 똑같다. 기본적인 조사를 해서 정확한 팩트(사실)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글을 전개해야 한다.

조언 4. '쫓아가기'를 지켜라. 독자의 초점이 낱말에서 낱말로,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주장에서 주장으로 옮겨갈 때는, 반드시 매끄럽게 쫓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야 한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사이코'를 떠올려 보라.

대학 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 초등부터 중·고교에 이르기까지 요즘 학생들은 글쓰기 열풍에 빠져있다. 그러나 또 너나없이 이렇게 말한다. '흰 종이'와 '빈 화면'이 공포스럽다고 말이다. 당연하다. 오죽하면 찰스 디킨스(1812~1870)가 “(소설이)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애를 하나 죽여라”고까지 말했겠는가.

그러나 걱정하지 말라. 저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삶에는 딱 하나의 가르침이 있고, 글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그 것은 바로 “우리 가슴의 소리를 따라서 우리가 정말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물 위를 걷는 것'(이 책의 원제는 Walking on Water이다)과 같은 글쓰기 역시 이 가르침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자, 이제 더 미룰 시간이 없다. 종이를 꺼내건, 모니터를 켜든, 당신이 진정 누구인 지를 알기위해 물 위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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