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밝았지만 우리의 교육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국교총 교권옹호부와 학교바로세우기 실천연대는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위협받고 있는 교육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일선의 제보(전화 577-7165, 팩스 3461-0431)를 받고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교총과 학실련은 우선 시흥 시화공단 주변의 소음공해 학교를 찾아 나섰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배후에 조성된 시화아파트 단지내에는 초등학교 8개, 중학교 6개, 고교 3개 등 모두 17개 초·중·고가 밀집해 있다. 이들 학교는 시화공단에서 나오는 악취와 매연은 물론 단지내를 질주하는 각종 차량의 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울 지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앞과 옆으로 6차선 산업도로가 지나고 있는 함현고와 냉정초등교는 시화아파트 단지내에서 대표적으로 소음공해에 시달리는 학교. 창문을 열고 수업해야 하는 봄·여름에는 마이크가 없으면 뒤에 앉은 학생은 교사의 말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다. 이들 학교의 경우 오는 7월 개통예정인 전철 안산선이 지나게 되면 소음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냉정초등교는 지난해 소음측정 결과 소음규제치인 68㏈을 6㏈ 이상 초과한 74㏈로 방음벽 설치가 시급하지만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학교측은 "수업시간에는 대형차량들의 경적 등 소음으로 확성기나 마이크 없이는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방음벽 설치나 경적금지, 정상속도 운행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너무 시끄러워 수업이 어렵지만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 확성기 대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계기관은 단편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 시흥시는 예산상의 이유로 방음벽 설치를 미루고 무인카메라와 교통초소 설치, 차량의 우회도로 운행을 권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주체인 수자원공사측에서도 교육문제는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기도교육청과 안산시교육청은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민원을 접수받아 경기도와 시흥시에 방음벽 설치를 요구한 상태"라고만 밝혔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한국교총은 관계기관을 직접 찾아 나섰다. 교총 교권옹호부 김경윤부장과 경기교련 이필용사무국장, 안산교련 권준성회장 등은 4일 시흥시청을 방문해 백청수시장을 면담하고 소음공해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교총 대표단은 "시에서 밝힌 차량우회나 교통단속 경찰관 배치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방음벽 설치를 위한 예산확보와 함께 시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시흥시가 성의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학부모나 시민단체 등과 연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