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성성한 70∼80대 노인들이 선생님의 공덕비를 찾아 추모제를 지내는가 하면 50대 중년의 제자들이 초등학교 시절 담임을 모시고 잔치를 벌인다. 충남 청양 목면초등교(교장 우봉제) 졸업생들이 매년 스승의 날을 앞두고 수십년째 이같은 사은행사를 열어 감동을 주고 있다.
7일 목면초 정원에 세워진 고 이은철선생 송덕비 앞에 노구를 이끌고 경향각지에서 모인 제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서울, 대전, 논산, 공주 등에서 온 20여명의 70∼80대 제자들과 손주뻘 되는 재학생 30여명도 함께 했다. 이들은 올해로 34년째 계속되는 추모제를 지내며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고인이 된 후에도 제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은철선생은 이 학교 개교(1935년)때부터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교를 가꾼 분으로 63년 고인이 되자 1∼7회 졸업생들이 쌀 닷되씩을 걷어 67년 공덕비를 세웠으며 추모제를 지내기 위해 논 400평을 마련하고 장학회도 만들었다.
이날 추모제를 마친 노제자들은 "그 당시 쌀 닷되면 열흘 먹거리는 됐는데도 선뜻 내놓을 정도로 참으로 훌륭한 선생님이었다"며 "지금도 그분의 깊고 넓은 은혜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겁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 학교 27회 동문들은 선배들의 스승 존경을 본받아 올해로 12년째 당시 5·6학년 담임을 초청, 사은행사를 갖고 있다. 5일 50여명의 제자들은 서울 수락산 인근 식당으로 담임을 맡았던 김영수(광양제철사장·60), 김복래(전공주이인초등교장·65), 우종탁(서울신학초등교장·61), 박영만(충남청양초등교사·62) 선생을 모셨다.
옛 은사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 정필배 동문회장(부광전기대표이사·50)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풍토가 아쉽다"며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은 그분들이 뿌린 사랑의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