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영식 교수는 24일 오후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www.feelsci.org)'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포럼에 참석,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역사적 근거와 실체가 없는 관습인 문.이과 구분은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문.이과 구분이 매우 심해 이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결정이 학생들의 장래에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개탄했다.
김 교수는 "문.이과 구분으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전공 공부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과 일반문화의 유리상태가 심화되고, 학문의 균형발전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이과 선택이 학생들이 거쳐야 할 필수적인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바로 이런 관습이 개인의 학습 뿐 아니라 학문 발전도 가로막는 폐해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복합학문의 경우 문과나 이과 중 어느 한 분야로 묶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제도나 관습은 학문분야를 억지로 구분해서라도 한 쪽에 집어넣을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로 학문의 결과보다는 형식적인 분류를 우선하면서 심리학과 지리학을 관습적으로 문과에 속하게 함으로써 이들 분야의 성격이 크게 좁아졌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이과인 수학을, 해양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문과인 사회과학을 무시하는 현상이 있다"며 "이런 장벽은 결국 무지와 편견에 따른 대립을 낳고, 과학 기술과 일반 문화의 유리 상태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은 과학기술을 잘 몰라도 되고, 과학기술자들은 사회와 문화에 초연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인식이 문.이과 구분이 철저한 우리 사회에서 유난히 심각한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특히 학문분야간 경계가 흐려지고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현대사회에서는 한 가지 학문에도 여러 가지 접근법이 한꺼번에 요구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맹목적으로 모든 분야를 문.이과로 나누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