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후반기 첫 임시국회의 상임위 활동이 22일 본격 시작됐으나 여야가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채 날선 대치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4월 임시국회에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사학법 재개정과 핵심 계류법안의 처리를 연계키로 원칙을 정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반대입장을 고수함으로써 일찌감치 난항을 예고하고 있는 것.
여야는 22일 정책협의회를 열어 쟁점법안 처리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한 의견차가 워낙 커 접점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또 다시 민생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월 임시국회가 한나라당의 사학법-민생법안 연계전략으로 인해 열흘 이상 공전된 바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 상임위 차원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사학법의 주요 골자를 변경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우리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회법에 따라 사학법 재개정 논의가 해당 상임위에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지만, 한나라당이 개정을 요구하는 개방형이사 관련 조항은 사학법의 핵심이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다.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이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학법과 관련, "상식적인 선에서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 가능한 사항들은 같이 처리됐으면 좋겠다"며 '상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정책협의회에서 사학법 재개정과 핵심 민생법안의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할 경우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에서 "사학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하겠다는 오만방자한 일이 재발될 경우 한나라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당이 이번 국회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법개혁관련법안과 국방개혁법안 국가재정법안 등 민생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사학법에 대한 입장이 다소 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원내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개방형 이사를 사학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는 정도의 합리적인 절충안을 내놓는다면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 사학법 조율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앞두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사학법 재개정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회의에서 이번 회기내에 사학법 재개정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다른 법안들의 처리도 거부한다는 '연계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방호(李方鎬)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과의 정책협의회에서는 사학법이 쟁점"이라며 "여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협조를 안해주면 다른 법안들도처리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개방형이사의 추천주체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협상안의 '마지노선'이라며 "여당이 얼마나 긍정적인 태도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다만 각 상임위 회의에는 모두 참석해 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쟁점이 없는 법안들에 대한 심의까지는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률(安炅律) 원내 수석부대표는 "상임위가 재배정됐고 정기국회도 대비해야 하니 현안 보고도 받고 민생법안들에 대한 심의 정도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여야 정책협의회와 원내대표간 접촉을 통해 최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4월 임시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의사 일정을 사실상 '보이콧'하는 강경한 태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개방형이사 조항을 재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나머지 쟁점들을 먼저 수정하는 단계적 대응 방안을 검토해 보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