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ㆍ중ㆍ고교 급식소에 대한 현장점검 첫날인 28일 학교들은 아침 일찍부터 시설 점검과 기록 확인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예고 없이 이날 아침 갑자기 점검을 받게 된 학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점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식자재를 다루며 점심 식단 조리를 준비했다.
점검을 받은 학교 대부분은 위생관리 실태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일부에서는 시설 미흡 등으로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상일동 한영고에는 서울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직원 최광석씨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명예감시원 조숙자씨가 오전 6시부터 나와 급식용 식자재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점검 활동을 시작했다.
점심 식단인 하이라이스 요리에 사용될 식재료를 실은 냉장트럭의 문이 열리고 최씨의 손에 들린 표면온도계가 적정 온도인 영상 8.5도를 나타내자 위탁급식업체와 학교 관계자들은 모두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조씨는 양파를 가리키며 "다 좋은데 중간중간에 상처난 게 조금씩 있다. 조리하는 분들이 신경을 써서 잘라내달라"고 영양사에게 당부하면서 "여름철이고 식중독이 최근 발생했으니 철저한 관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육류를 점검할 차례.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던 급식 관계자들은 60㎏짜리 쇠고기가 포장된 박스에 인쇄된 'JC푸드'라는 업체명을 보고 "왜 하필 이름이 JC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대량 식중독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CJ푸드시스템을떠올린 듯 했다.
하이라이스에 많이 쓰이는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사용키로 한 것은 최근 집단 식중독 사태의 원인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고기 때문이라는 뉴스를 접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돼지고기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리 관계자는 "지난번 김치 파동 때는 김치를 입에 대는 학생이 100명 중 5명 정도에 불과했을 정도로 학생들이 식품 관련 뉴스에 민감하다"고 전했다.
급식소 시설을 꼼꼼히 살펴보던 조씨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여기는 시설이 정말 좋다. 공간이 없어 교실로 옮겨서 먹는 학교도 많다"고 칭찬하면서도 뒷문 방충망이 허술한 점 등 미비점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배식과 식기 세척 현장을 살펴본 뒤 위생 관리에 대한 서류 기록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날 특별점검을 마칠 예정이다.
서울 방화동 서울공항고교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심우일 연수팀장과 식약청 소비자감시원인 학부모 명숙씨가 점검을 벌이며 시설 미흡을 지적했다.
급식실 시설이나 관리는 중상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세척실이 별도로 분리돼 있지 않고 온도 관리나 물기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었다.
유통기한이 적히지 않은 음식 재료가 재료실에 비치돼 있는가 하면 배수구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청소점검표도 없는 등 기초적 위생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일부 눈에 띄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심 팀장은 "조리실이 너무 좁고 에어컨도 설치돼 있지 않아 조리를 시작하면 내부 온도가 36∼40도에 이르고 조리기구 등을 건조시켜도 물기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설이 좁아 학생들이 식사를 식당에서 하지 못하고 교실에 식판을 들고 가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자 이 학교는 9월말까지 조리실을 넓히고 학생 식당을 따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석관고에는 이날 아침 7시에 교육청 공무원과 식약청 명예감시원 이 예고 없이 방문해 합동점검을 벌였다.
날짜를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점검을 받게 된 식당 직원들 18명은 분주히 움직였으며, 오전 8시께 출근한 임병우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도 긴장된 모습으로 점검 현장을 지켜봤다.
점검을 실시한 식약청 명예감시원은 "대기업에서 위탁급식을 하면 위생 상태는 좋은 편이지만 신선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며 "요즘 학부모들은 단순히 몸에 해롭지 않다는 수준을 넘어 '웰빙' 식품을 자녀에게 먹이려고 애쓰는데 위생 문제조차 해결이 안 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