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호 태풍 '에위니아'(EWINIAR)가 제주도에 상륙해 강한 비바람을 몰아치며 한창 위세를 떨치던 10일 새벽 제주도교육감이 초.중학교에 내린 전교 휴교령을 일부 학교에서 따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제주의 경우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교육에 대한 자치권이 다른 지역보다 강화된 상황에서 지역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의 명령을 일선 학교장이 학사일정을 이유로 거역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날 새벽 마라도와 육상에 순간 최대 풍속 22.4∼41.1m의 강한 바람이 불고 시간당 최고 4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자 분교장을 포함한 초.중학교 156개교에 대해 전면 휴교를 결정하고 일선 교육청을 통해 각급학교에 시달했다.
그러나 제주시내 D여중을 비롯한 18개 중학교는 교육감 지시가 떨어진지 1시간이 지나도록 학생들의 등교를 독려했고 이중 일부는 중요한 학사 일정중의 하나인 기말고사까지 예정대로 치렀다.
D여중측은 "상부의 지시가 있기 전인 오전 6시30분께 교사 긴급회의에서 (태풍과 관계없이) 학생들을 등교시키기로 결정, 학생들에게 등교하도록 연락했고 휴교 지시가 내려질 때는 전체학생의 40%가 등교한 상태여서 어쩔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들도 대부분 기말고사 등 학사일정이 빠듯해 학교장 재량으로 상부에 휴교하지 않고 예정대로 학사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보고하고 시험이나 수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풍경보가 내려진 당시의 제주 상황은 태풍에 의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할 때 내리는 '태풍위기경보-경계' 단계여서 이와 같은 일선 학교측의 '배짱'수업 강행은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혼란 초래는 물론 위난상황에 대한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학교들이 아무리 도교육청의 휴교 결정 이전에 정상수업 방침을 결정했다하더라고 교육감의 휴교 조치가 언론을 통해 학생들에게 상당부분 전파된 상황이어서 예정된 학사 일정의 강행은 무리라는 것이다.
또한 제주시내 J중학교의 경우 교육감의 지시를 무시하고 학교장 재량으로 시험을 강행하다 강풍으로 교실 유치창이 깨지며 기말고사를 치르던 학생 2명이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나름의 사정들은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그와 같은 결정이 우리나라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인재'가 빚어지는 요인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일부에서는 "재난재해 방송 등을 청취하고 등교를 포기했다가 교사의 호통(?)으로 학교에 허둥지둥 나간 학생들이 제대로 기말고사를 치를 수 있었겠느냐"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교육청의 결정이 학교보다 늦어지면서 혼란이 발생한 것 같다"며 "일선 학교에서도 어쩔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