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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북한 교육용어 '따로따로'

민족화합 위해 용어 통일 절실

'내려먹이기식 교수' '거꿀수' '세나라시기'

언뜻 알아듣기 힘든 이 말들은 현재 북한의 교원, 학생들이 쓰고 있는 말이다. 50년이라는 긴 분단이 남북한 교과서 용어에까지 이질화를 가져온 것이다.

북한의 교육학 문헌, 국어, 공산주의 도덕, 조선역사, 지리 교과서에는 우리의 교육용어와 뜻은 같지만 서로 달리 쓰이는 말들이 무수히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이 고유어를 중심으로 한자어와 외래어를 정리하고 문화어(우리의 표준어)를 보급해 사용하는데 기인한다.

일반적인 교육관련 용어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고3 학생들이 치르는 대입수능시험에 해당하는 것이 북한에서는 대학추천 예비시험이다. 고등중학교(우리의 중고교) 졸업 5∼6개월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한날 한시에 고등중학교 6학년에서 실시하는 대학추천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시험과목은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 문학, 외국어, 수학, 물리, 화학 등 6개 과목이며 모두 주관식이다. 주입식 교수(교육)은 `내려먹이기식 교수(교육)'라고 한다. 학생들의 사고를 계발하는 방법이 아니라 지식을 내려먹이는 식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일컫는다. 우리의 시범수업은 `방식상학(方式上學)'또는 `시범상학'이라는 어려운 말로 부른다. 한 단위에서 모범을 창조해 놓고 그것을 본보기로 다른 모든 단위에서 그대로 따라하게 한다는 의미다.

학제 관련 용어도 4년제 인민학교(우리의 초등교), 6년제 고등중학교(우리의 중·고교)로 다르며 특히 북한의 제1고등중학교는 우리의 과학고에 해당된다. 이밖에 북한에서는 방과후 자율학습을 과외집체학습, 화장실을 위생실, 정년퇴임을 연로보장, 교감을 부교장, 면접을 인물심사, 퇴학을 출학, 뺄셈을 덜기로 부른다.

북한은 문화어가 따로 존재하는 만큼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용어에 차이가 많다. 우선 국어는 조선말로 칭한다. 사전에는 `아득한 옛날부터 조선인민들이 써내려오면서 발전시켜온 민족어'로 규정돼 있다. 일부 자음의 명칭에도 차이가 있다. 북한의 단자음 명칭은 기윽, 니은, 디읃, 리을, 미음, 비읍, 시읏, 이응,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으로 둘째 음절이 모두 `으+받침 자음'이라는 규칙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북한 국어 교과서 용어도 우리말 쓰기가 보편적이다. 구어를 입말, 음절을 마디글자, 유의어를 뜻같은말, 경어법(높임법)을 말차림, 접속어를 이음말, 외래어를 들어온말, 접두(미)사를 앞(뒤)붙이, 마찰음을 스침소리, 유성음을 코안소리, 구개음화를 입천장소리닮기, 의인법을 사람비김법, 뉘앙스를 뜻빛갈이라고 부르는 것 외에도 그 예는 무수히 많다.

광복 후 북한은 독자적으로 어학혁명을 단행하면서 우리 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말들을 새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끊어읽기의 종류를 순간끊기, 짧은끊기, 중간끊기, 긴끊기 등으로 상세하게 구분하고 문학사와 관련해 조국해방전쟁시기·전후복구건설시기·천리마시대 문학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 말줄임표(… )가 사용돼 완결되지 않은 문장을 중단문, `만세'처럼 하나의 단어로 이뤄진 문장을 단어문장, 세 개 이상의 단순문이 연결된 문장을 얽힘복합문이라 하고 `가' `나'처럼 자음과 모음이 세로로 나란히 결합된 글자를 세운글자, `우'나 `그'처럼 위 아래로 겹합된 글자를 눕힌글자로 부르고 있다.

남북한 역사 교육 용어의 차이는 북한이 역사의 전개 과정을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통한 투쟁의 역사'로 인식하고 지배계급을 부정하는데 비롯된다. 3·1운동을 3·1인민봉기, 먼적의 난을 개경 노비들의 투쟁, 망이·망소이의 난을 공주 농민군의 투쟁, 갑신정변을 1884년부르죠아개혁, 최씨 정권을 최가도당, 임진왜란을 임진조국전쟁이라 칭한다. 또 고구려, 고려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북한은 통일신라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후기신라라고 한다.

고유어 쓰기 일환으로 고유명사인 몽유도원도를 꿈에본 동산, 송하보월도를 달밤에 소나무밑을 거닐며로 풀어 쓰고 있으며 청자를 비색자기, 석기를 돌도구, 삼국시대를 세나라시대, 세형동검을 좁은놋단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지리 교과서 용어의 가장 큰 특징은 지리 학습과 관련되는 한자어 낱말을 대부분 고유어로 다듬어 사용하는 것이다.

해수면을 바다물면, (지도축척의) 분모수를 거꿀수, 중력을 지구끌힘, 일교차를 하루기온차, 종유석·석순·석주를 각각 돌고드름·돌순·돌기둥으로 쓰고 있다. 또 계단식 밭을 다락밭, 침(활)엽수림대를 바늘잎(넓은잎)나무림대, 해조류를 바다나물, 사취·해식애·해식동을 모래부리·바다가벼랑·바위굴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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