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비롯한 대학 정책에 대해 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가 교육사회학자로서 일관되게 밝혀온 소신은 '자율성 확대'로 요약된다.
그는 국가 통제로 인한 경직ㆍ획일화 경향과 교육투자 실패에 따른 빈곤한 여건을 현행 교육체제의 가장 큰 문제로 꼽고 통제ㆍ관리 중심인 교육부 기능을 감사ㆍ평가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대학입시에서 대학과 모집단위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고 현행 대입 수능시험은 고교 주도의 학력고사로 개편해 자격시험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펴왔다.
물론 대입제도 등 교육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그의 개인적 소신과 철학이 교육수장을 맡은 뒤 어떠한 식으로 교육정책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김 부총리 내정자 측은 "김 내정자의 생각이 현재 교육정책이나 향후 방향과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며 "취임하면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조종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대학입시 대폭 자율화 = 신입생 선발, 학생정원 책정, 학과ㆍ학부ㆍ대학의 신ㆍ증설 등에서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김 내정자의 주장이다.
지난해 '교수신문'에 기고한 '대입선발제도의 성공조건'이라는 글에서 김 내정자는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응시하는 2008학년도부터 실시되는 새로운 대입 제도가 성공하려면 대학이 고교 내신성적을 신뢰할 수 있도록 여건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상세한 자료 없이 획일적ㆍ기계적 상대평가로 내신을 산출토록 하는 교육부의 정책 때문에 고교 내신이 학생들의 학습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대학이 고교와 내신성적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올해 초 정년퇴직 직전 펴낸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교육생각'이라는 저서에서 새로 도입된 수능 등급제를 비판하며 상세한 전형 자료가 대학에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대학별 본고사가 없는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대입전형의 핵심정보인 수능의 비중을 대폭 낮춘다는 것은 그것을 대신할 신뢰할 수 있는 전형자료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고교학력고사' 도입 주장 = 김 내정자는 또 10여년 전부터 '고교학력고사'의 도입을 주장해왔다.
현행 수능이 '적성시험'의 성격과 '학력고사'로서의 특성을 이중적으로 지니고 있어 성격이 모호하므로 고교 3년 간의 학업성취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표준화된 국가자격고사인 '고교학력고사'로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고교학력고사는 합격ㆍ불합격만 결정하는 1단계 자격시험으로 사용토록 하고 이후 입학사정에서는 대학이 학생부, 대학별 고사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가 1996년 '대학신입생 선발 자율화를 위한 대학전형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밝힌 구상이었다.
그는 4일 교육혁신위원회 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부총리 지명으로 취소한 '한국의 미래 교육비전과 전략' 발표 원고에서 고교학력고사에 대한 구상을 더욱 구체화했다.
교육의 질을 정확히 확인한다는 뜻에서 각급 학교의 주요 교과별 전국 학력고사를 시행하되, 주요 교과와 학생 개인이 선택하는 1∼2개 교과를 치르도록 하고 그 결과를 학생 지도에 사용하고 학교의 교육여건을 분석하는 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 수월성ㆍ다양화 추구 = 김 내정자는 교육의 수월성(秀越性ㆍ엘리트 교육) 추구를 위해 영재교육을 강화하고 자립형 사립고 전환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한국의 미래 교육비전과 전략' 발표 원고에서 "현재 한국의 학교들은 획일성으로 인해 수월성도 평등성도 모두 죽어 있다"고 비판하며 "학교의 다양화,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재능ㆍ능력별 수업을 조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고교 평준화가 평등정책의 하나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평준화는 적극적인 평등정책이 되지 못하고 고교의 획일화를 조장하는 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는 2002년 한국교육신문에 기고한 '대통령 후보의 교육정책'에서 "교육수월성을 위해 정책 방향을 교육의 질(質) 관리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개입 최소화 = 한국교육의 근본문제는 국가주의적 통제정책으로 인한 교육의 경직된 획일성과 교육투자 정책의 실패로 인한 교육여건의 빈곤이라는 것이 김 내정자의 시각이다.
그는 "학교와 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적규정과 정책에 유연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ㆍ중등교육에 관한 행정은 시ㆍ도교육청으로 대폭 이관하고 고등교육에 관한 행정은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1999년 '세계 속의 한국대학'이라는 공저서에서 대학의 교육력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을 논하면서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 대학교육체제의 효율성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별 학과 평점제와 대학종합평점제를 도입해 대학 간ㆍ모집단위 간 자유경쟁과 특성화를 유도하되 책무성을 엄정히 물을 수 있도록 감사ㆍ평가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의 기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