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는 비록 사라졌지만 어린 시절 동문과 뛰놀던 추억이 깃든 학교만이라도 그대로 남아 있어 기쁩니다" 1973년 소양강댐이 준공되면서 마을 대부분이 수몰된 채 '내륙의 섬'으로 전락한 이후 학생 수 급감으로 폐교된 강원 춘천시 북산면 조교리 '조교 초등학교' 동문이 12년 만에 다시 모교에 모였다.
17일 이 학교 출신 동문 100여 명은 자신들의 모교가 폐교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학교를 찾아와 잊혀진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는 뜻깊은 총동문회를 가졌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중년인 된 동문부터 70세를 훌쩍 넘긴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오랜 만에 모교에서 동문을 만난 이들은 영락없는 그 때 그 시절 개구쟁이 소년이자 꿈 많은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춘천 북산면 조교리 마을은 200여 가구가 넘는 주민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소양강댐 준공 이후 대부분 마을이 수몰되자 주민들은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현재는 20여 가구 만이 남았다.
가뜩이나 2시간 남짓 뱃길을 따라 소양강을 건너 춘천을 오가야 하는 육지 속 고도로 전락한 탓에 주민들의 불편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남아 있던 주민들도 교통 불편과 자녀교육 문제로 하나 둘씩 고향을 떠나면서 초등학교 학생 수도 급격히 줄어 급기야 1985년 분교 신세를 거쳐 1994년 3월 입학생이 전혀 없어 자연 폐교된 채 영원히 문을 닫았다.
마을도 수몰된 마당에 모교 조차 사라진 설움은 곧바로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과 고향 친구들 마저 잊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이를 안타깝게 여겨온 일부 동문이 주축이 돼 뿌리 찾기에 나서 지난 92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100여 명의 동문을 찾아내 '조교 초등학교 총동문회'를 창립했다.
이후 해마다 동문회 명맥을 가까스로 나마 유지해 왔으나 정작 학교가 폐교된 채 개인 소유로 넘어가 번번이 모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약식 동문회를 해야 하는 설움 아닌 설움을 또다시 겪어야 했다.
결국 폐교 후 12년 만인 이날 어린 시절 뛰놀던 모교와 고향을 다시 찾은 이들은 하루 종일 남다른 감회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동문이 12년 만에 다시 찾은 고향에서의 동문회는 자연스럽게 조교리 마을 잔치로 이어져 흥을 더했다.
김철수(52) 전 총동문회장은 "모교가 폐교된 탓에 그 흔한 체육행사를 겸한 동문회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모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옛 추억과 뿌리 만은 영원히 간직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한 만큼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