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교직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영국의 학교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남자교사는 한, 두 명에 불과 할 정도로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고 있다.
윈체스터 대학의 예이츠 교수와 브루넬 대학의 존스 교수의 리서치에 의해 발간된 두 권의 보고서의 의하면, 교직에서의 성비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에피소드’는 단순한 농담의 수준을 넘어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윈체스터 대학의 남자교생은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교무실에 들어서면,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고, ‘오지 않아야 될 곳을 들어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점점 더 교무실에 가기가 꺼려지고, 가능하면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또 다른 교생은, “난 축구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다, 교무실에서 오가는 이야기란 가족이야기라든가, 쇼핑, 짐(Gym), 그리고 다이어트 이야기가 주류이다. 마치 우주인이 된 느낌이다”라고 소외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여교사들은 승진 시스템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브루넬 대학 출신의 여교사는 “나는 두 명의 남자교사와 같이 응시했고, 내가 합격했다. 그것은 내가 그 사람들보다 유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지금 교장이다”라고 승진 시스템에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유사한 증언은 또 있다. 한 여교사는 “2년 전에 그 사람 (남자교사) 이 신임으로 부임해 와서 나에게 모든 것을 배웠다, 지금 그는 나의 보스이다”라고 말한다.
브루넬대학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 여교장은 “솔직히 남자교사를 채용하기가 꺼려진다. 피더파일(아동대상의 성도착자) 문제도 신경 쓰이고, 학교에서 스캔들이 생기는 것도 꺼려지지만, 남자 선생들을 보호해야 되는 것도 신경쓰인다”라고 교장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남자교생은 “‘피더파일 공포증’에 걸린 이 사회가 겁난다. 내가 부임한 첫 학교는 유치원부터 시작하는 초등의 저학년 학교였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될지를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은 때때로 울기도 하고 그럴 때 여자교사들은 그 아이를 안아다가 무릎위에 앉히고 안정을 시킨다. 나요? 꿈도 꾸지 마십시오”라고 경직된 사회의 눈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남자교생과는 달리, 여자교생은 “내가 부임한 학교에 남자라곤 교장과 평교사 한 명뿐이었다. 난 내가 본 광경에 사뭇 놀랐다. 물론 뭐가 잘 못 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애들을 만지고. 어루만지고 있었다. 애들도 항상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고, 그들의 등에 타고 올랐다. 거기에는 분명히 ‘촉각’이 존재하고 있었다”라고 한다.
교직원 사이에서의 섹시즘도, 문제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임 발령을 받은 한 여자교생은 “그 사람들(남자교사)과 같이 교대 학생으로 있을 때, 면접 보러 가는 그에게 ‘넌 불알차고 있으니까 잘 될거야’ 라는 농담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농담 못한다, 교무실 문화라는 것이 그런 단어를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으며, 또 한 명의 여자 교생은 “학교 교무실 분위기는 남자 교사들은 다리를 내 놔야 될 정도이다”라고 한다.
‘다리를 내어 놓는다’ 는 표현은 ‘getting his legs waxed for charity’라고 하며 이것이 가진 뉘앙스는 미묘하다. 여자들은 미용상 다리에 왁스를 발라 털을 뽑지만, 남자의 경우는 털을 뽑을 일이 없다. 하지만 자선단체 기부금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로서, 남자들은 다리의 털이 뽑히는 아픔을 감수하고, 털 하나 뽑는 데 얼마씩 정해서 여자들에게 털을 뽑히는 ‘이벤트’를 만든다. 이것이 남여 성비가 균형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재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남자가 한 두 명이고 여자가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상황이라면, 이것은 단순한 ‘재미’ 의 수준을 넘어서 ‘섹시즘’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런던 샌드허스트 초등학교의 경우 전 교직원 40명 중에 남자는 교사 두 명과 학교 건물 관리인 한 명 뿐이다. 이 학교의 경우, 샤워실은 하나였으며, 이 샤워실 문은 여자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에 있었다. 한 남자 교사는 “아침에 30분 걸려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한 뒤라든가, 여름에 체육시간이 끝나면 샤워를 하고 싶지만 여자 화장실을 거쳐서 들어가야 되기에 웬만하면 참는다”라고 고충을 제기해 화장실과 샤워실 사이에 합판을 대어서 벽을 만들고 벽을 헐어서 샤워실 문을 따로 만들었다.
한 중견 여교사는 “분명히 여자들은 수다떨기를 좋아하며, 또한 많은 경우 남자들이 그러한 수다의 ‘거리’가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남자교사들에게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된다”라고 남자교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 중견 남자교사는 “학교가 요구하는 남자교사의 모델과 여자교사의 모델은 다르다. 신임 남자교생들이 그런 점을 빨리 찾아낸다면, 자신의 설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콜체스터의 노스 초등학교 프랑크 교사는 “교실에 가면 나를 대하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반응이 다르다. 남자아이들은 때로는 ‘나도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 좋아해요’라고 축구 같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 아이들은 그러한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 중 몇 명에게는 내가 그들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고정적으로 대할 수 있는 성인남자이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성인남자로서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라고 남자교사에게 추가된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잉글랜드에서 1994년과 2004년 10년 사이, 정교사와 시간제교사를 합해,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교사 수는 20만 5000명에서 21만 40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중 여자 교사의 숫자는 16만 9000에서 18만 2000명으로 늘어났고, 남자 교사는 3만 8000명에서 3만 2000명으로 줄었다. 중등학교의 경우, 1994년에는 남자 교사가 절반을 약간 넘었으나 2004년에는 여자 교사가 남자 교사보다 약 10%정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