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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④ 글로벌 역량의 기초- 타문화 존중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는 영어를 잘 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누구와도 의사소통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영어 교육 붐은 심상치 않다. 영어 마을 조성 사업이 확산되고 있고, 영어 유치원이 성업 중이며, 이산가족의 아픔을 감수하며 조기 유학을 보내는 가정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영어를 잘하는 학생, 그리고 외국 생활의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이젠 아주 많아졌다. 그렇지만 영어를 잘 한다는 것으로 글로벌 역량을 다 갖춘 것이 아님을 가르쳐야하는 것이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해마다 학생들이 직접 세계의 현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자신의 희망에 따라 세계 여러 곳을 탐방하고 오는 이른바 해외체험학습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도 접하지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년 미국 Ivy League 대학 탐방 팀을 인솔하셨던 선생님이 방문했던 한 학교에서 겪은 당혹스런 경험을 들려주었다. 한 대학을 방문 해 학교 설명을 요청했다가 담당자의 대답에 인솔 선생님의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본교에서는 한국 학생들을 위한 설명회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설명회 장소에서 집중도 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돌아다니거나 음식을 먹는 등 저희 교직원들이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캠퍼스만 둘러보고 가세요. 죄송합니다.”

인솔 선생님은 예약을 했다는 사실과 본교 관련 자료와 특성들을 설명한 후에야 설명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때 겪은 당혹감, 부끄러운 심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학생들 역시 우리나라를 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어떤지를 경험하고 온 것이다.

영어는 우리나라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아니라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배운다. 외국인에 대하여, 또는 외국 문화에 대해 기본적 이해와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못한다면 아무리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의사소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자신과 자기 나라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것이 의사소통을 위해 더 소중한 것이다. 언어로서 영어가 유창하더라도 매너가 없고 타문화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다고 한다면 외국인들과의 좋은 관계 형성은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영어 마을이 곳곳에 세워지고 학교마다 English Only Zone을 만들고 영어 유치원들이 생겨나면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있다. 이것으로 글로벌 교육을 다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어 마을만이 아니라 Global Village를 English Only Zone만이 아니라 Global Manners Zone들을 만들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해 주는 것이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길이다. 외국인과 타문화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존중감이 글로벌 역량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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