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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⑦ Harkness Table - 토론 환경을 만들자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어떤 차별화된 특징이 있을까? 우리 학교는 어떤 특징과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것은 관리자인 교장 교감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던져 보는 질문이다.

Phillips Exeter는 1781년에 설립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고교다. 200여 년 동안 배출한 쟁쟁한 동문들, Ivy League 대학의 진학률,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19개 과목 350개 강좌 개설)등 이 학교의 자랑거리는 즐비하지만 그것들 보다 ‘Harkness Table’이라 불리는 교실의 책상을 가장 큰 자랑으로 내세운다.

어떤 책상이기에? 이 책상은 첨단 기자재가 장치된 책상이 아니라 12-3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평범한 타원형 책상이다.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은 그 날 배울 내용에 대해 준비된 지식을 바탕으로 선생님과 12명의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며 교과 내용을 확인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하며 역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친구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의견이 상충될 때는 서로 열띤 토론을 통해 납득할만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며,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함께 배우게 된다. 규칙과 매너를 지키면서 열띤 토론을 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여긴다는 뜻이다.

우리 교육에서도 독서와 논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아 졌지만, 독서를 좋은 논술(글쓰기)로 이어주는 토론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테크닉에 의해 만들어진 매끄러운 글은 우리 교육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것은 많이 지적되어 왔다. 논술이란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과 주장을 글로 표현하는 것인데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토론의 과정을 거칠 때 힘이 생기고 글에 생명력이 생기게 된다. 왜냐하면, 토론을 잘 하려면 우선 호기심과 탐구열이 강해야 한다. 학습자로서의 능력이 충분히 배양될 때에 토론에 적극적인 사람이 된다. 또한 토론자는 많은 지식을 알아야 한다. 어설프게 주워들은 지식만으로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때 토론자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모든 주장과 지식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토론교육을 하게 되면 우리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학습자’, 혹은 ‘연구자’로서 자라게 된다. 즉 스스로 책을 읽고 자료를 조사하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등 독서, 연구, 작문 등의 교육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제자들을 글로벌 리더가 갖추어야할 지식의 생산자로서의 자질을 함양시켜 가는 것이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 주는 것이다. 선배들이 이룬 성과로, 학교의 시설로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이루어내는 활기차고 생명력 있는 토론 수업을 자랑으로 삼는 학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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