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학생들이 강의 계획을 손수 짜고 지도교수도 직접 고르는 '학생설계 강의'를 전격 도입키로 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28일 핵심교양 과정 확대와 학생설계 과목 신설, 강의조교 인증제 및 교내 겸임교수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기초교육 내실화와 혁신을 위한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2학기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또 교양영어 과목을 세분화하고 기초과학 과목에 우수 학생을 위한 특별반 혹은 특수학점제를 도입하며 체육 과목 성적 체계도 개선키로 했다.
◇ 학생설계 과목 도입 = 기존 교양 과목에서 다루지 못한 분야에 대한 맞춤식 과목이 정규 교과로 편성된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가 비교과 과목으로 운영 중인 '학생설계 과목'(Independent Study)을 교과로 편성해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강의 계획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학생설계 과목은 특정 주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적절한 지도 교수를 직접 섭외해 1대1 지도나 그룹 스터디 형식으로 강의가 이뤄지고 외부 인사를 교수로 초빙할 수 있다.
지도교수와 학생이 합의해서 작성한 문헌 목록에 따라 독서와 토론을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인디펜던트 리딩(Independent Reading), 학생이 작성한 연구 계획서를 심사해 연구비를 지급하고 연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인디펜던트 리서치(Independent Research)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 핵심교양 확대ㆍ강화 = 기초교육 강화를 위해 핵심교양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수 학점이 늘어난다.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사회와 이념, 자연의 이해 등 4개 분야로 나뉜 핵심교양에 '융합 학문' 분야를 추가하고 필수이수 학점을 종전 9학점에서 12∼15학점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융합 학문' 분야에는 인문ㆍ사회ㆍ자연계열 학문을 접목시킨 강의가 개설되며 교내 겸임교수 제도를 통해 관련 학과(부) 교수들이 2∼3년씩 돌아가며 기초교육원에 파견 근무하면서 핵심교양 강의를 맡게 된다.
아울러 교양 과정의 개편에 따라 필요성이 높아지는 강의조교(TA)의 질적 제고를 위해 강의조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대학원생에게 일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강의조교 인증제'가 7월 도입된다.
◇ 기초교양 개편 =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된 영어, 과학, 체육 과목이 크게 달라진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 편차를 고려해 텝스(TEPS) 성적에 따라 대학영어 면제, 대학영어 수강, '입학 전 교육' 뒤 대학영어 수강으로 나뉘던 것을 더욱 세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필수교양 과목인 대학영어와 선택 과목인 고급영어 사이에 중급 수준의 영어 과목을 개설하고 '법률 영어'와 같이 전공교육에 필요한 전공 연계 영어 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점 부여의 필요성이 의문시된 체육 과목은 합격-불합격(Pass-Fail)제로 바꿔 불필요한 학점 경쟁과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억제하는 대신 모든 학생에게 체육 과목을 최소 1개 이상 이수토록 했다.
또 과목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수용해 기초체력 증진과 협동심 함양 등 체육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과목을 제외한 일부 과목은 폐지하기로 했다.
기초과학 강화를 위해 그동안 수학 과목에만 적용되던 '입학 전 교육'과 물리 과목에서 시범 실시중인 특별반 및 특수학점 제도를 수학ㆍ물리ㆍ화학ㆍ생물 등 다른 과목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 리더십센터ㆍ한국학 등 본격화 = '공공 리더십 프로그램'이 교과ㆍ비교과 과목으로 편성되고 국제화 관련 영어 강의가 마련된다.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을 추진 중인 '리더십 센터(가칭)'에 교과 과정과 함께 공동체 체험ㆍ국내외 인턴십 및 캠프 활동ㆍ멘토링 등 비교과 과정 강의를 개설한다.
또 외국 대학과 리더십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해 합동캠프, 화상 강좌 및 토론 등을 추진키로 하고 서울대와 규모, 학문 수준이 비슷한 미국 대학 5곳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영어로 진행되는 '한국학', '한국사', '한국철학', '한국법'과 '외국 문화의 이해' 등 국제화 관련 교양과목도 신설하고 교재도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
박은정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은 "교양과목 개편은 이장무 총장이 강조하는 국제화, 학문간 융ㆍ통합 및 기초교양 과목 강화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늦어도 올해 2학기부터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