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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무엇이 개혁인가


오범세
인천 청천초등교 교장

송자 교육부장관은 취임사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에 가고 선생님들은 보람을 느끼며 학부모의 다양한 욕구가 수용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극히
당연한 학교 교육의 본질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교육수준은 그 나라의 교사수준을 넘지 못하고 교사의 질에 달려 있다는 평범한 진리 위에 개혁은
실천돼야 한다.
학생이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것도, 학부모의 다양한 욕구 수용도 교사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육 계획의 과제는
무엇보다 교원의 자질 향상과 교원들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교원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학생은 교사의 사랑만큼 성장하고 학교는 교장의 열정만큼 발전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교육을 개혁할 과제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통폐합,
교육투자 계획 등 경제 논리에 입각한 교육 외적 제도개혁 보다는 교직을 존귀하게 여기고 교원의 자존심과 권위를 세워주는 교육 내적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교장 자격을 취득하고도 교장으로서의 소신을 펴 보지도 못한 채 정년단축으로 면직된 분들은 교육혁명으로 아픔과 실추된 자존심만 얻었으며 그 여파는
교실붕괴, 교원경시풍조로 이어지고 말았다. 권위가 실추된 교사는 학생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왜 생각지 못하는가.
수석교사제, 우수교원확보법 등을 경제논리의 수당과 연결시키다 보니 말은 무성해도 실천이 안 되는 것 같다. 교육은 교육논리로 풀고 교육을
학부모께 물을 것이 아니라 교육은 학자에게, 교사에게 물어 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예전에는 사범학교 가기도 힘들었고, 그래서 선생님 되는 것이 무척 부러웠던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교육여건은 너무나 열악했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순종했고 사회적으로도 교사들을
존중하고 우대하는 풍토가 살아 있었다. 또한 과밀학급 속에서 벌주는 소리가 들릴 지라도, 아동과의 인간관계는 원만하였다. 그래서 교사들은
박봉에도 불구하고 교단에 선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꼈으며 늦게까지 남아 다음날을 신나게 준비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교육개혁의 바람을 타고 물리적 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선생님을 따르고 존경하는 심리적 환경은
열악해져만 간다. 오히려 학부모의 소리는 날로 높아지면서 말이다.
묵묵히 자신의 실력을 쌓으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우리 교단엔 많다. 아내의 결혼반지를 팔아 풍금을 사서 연습하던 일, 달밤에 뜀틀 넘기
연습을 하는 옛 교사의 미담들이 내용만 달리한 채 오늘도 수없이 행해지고 있다. 그런 교사들의 자존심과 긍지를 더 이상 꺾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 모였고 교육시설이 완비되고 교재가 잘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교육을 좌우하는 것은 훌륭한 교직관을 갖춘 교사의 몫이다.
교원들의 대다수는 교직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그 보다 더 보람있는 직업이 없을 것이라고 믿으며 부와 권력추구에 정열을 쏟는 대신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에 행복해 하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안병욱 교수는 `삶의 길목에서'란 책에서 교직의 보람을 이렇게 말했다. "다시 태어난다 하여도 나는 또한 선생이 되겠다. 네 인생의 최후를
어떻게 장식하고 싶으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 교단에서 사랑하는 학생들과 열심히 가르치다가 기진맥진하여
교탁을 붙잡고 교단에서 쓰러지고 싶다"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교육 수요자의 만족도 향상, 인성·창의력 교육도 교원들이 하기 나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21세기 신지식인,
인적자원개발을 향한 교육개혁의 성공을 간절히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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