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보충수업 금지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002년 대학입시 제도가 크게 달라진 게 없고, 결국 수학능력시험 점수로 대학입학이 좌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마땅히 학교 보충수업은 허용돼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 사회에서 대접받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충수업 금지는 공교육의 포기이며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생의 70%가 과외를 받고 있으며 우리 나라 교육재정의 33.3%에 달하는 6조7000억 원이 사교육비에 쓰여진다고 한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특기·적성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학교 보충수업을 금지시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 10명 중 7명은 방과후에도 결국 학원에 가서 또 다른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 오히려 고액의 과외비로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학교보다 교육적 환경이 더욱 열악한 사설학원에 학생들을 내모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과외금지가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허용하면서도 학교 보충수업은 무조건 금지한다니 논리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부모가 자녀의 학과지도를 책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보다 일찍 귀가하는 입시생의 방과후 지도는 결국 학원에 맡겨진다. 아울러 학교 보충수업은 학원에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농촌현실에서 都·農간 교육환경의 격차와 빈부차이에 의한 교육기회의 차이를 그나마 줄일 수 있고 생활지도를 포함한 학과지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따라서 보충수업의 실시여부는 전적으로 지역적 교육환경의 특성과 학교의 여건, 학부모의 의견을 고려해 학교, 학부모, 학생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 교육부?획일적인 금지지시는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오히려 선진국에서는 학교 보충수업과 방과후 학습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는 추세라고 한다. 미국은 이러한 공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올해 美연방재정지원 규모를 97년(100만 달러)보다 454배(4억5천 400만 달러)나 늘렸을 정도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공교육에 투자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교육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선 국가복지 차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