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접수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주요대학 일부에서 2009학년도 입시부터 토플 성적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한국외대와 한양대, 건국대 등은 2009학년도 입시에서 토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외대 신형욱 입학처장은 "외국어 전형을 하는데 굳이 토플과 토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학교가 자체 개발한 플렉스(FLEX)를 2009학년도부터 토플, 토익 대신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차경준 입학처장도 "토플 접수 자체가 안돼 수험생이 응시하기가 어렵다면 대학에서도 뭔가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토플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건국대 문흥안 입학처장도 "2009년도의 토플 반영 여부는 아직까지 유동적이지만 2009학년도에 교육부에서 추진중인 한국형 어학시험이 정착된다면 이를 대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며 토플 제외 가능성을 시사했다.
토플을 인정하고 있는 대학 중 일부는 이번 토플 대란을 계기로 토익과 텝스 등 다른 공인영어시험으로 인정 폭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관리처장은 "현재까지 토플로만 전형을 하고 있었는데 2008학년도부터 토플과 함께 공인영어성적(텝스.토익)을 허용키로 했다"며 "토플이 CBT 방식으로 바뀐 뒤 응시기회가 줄었기 때문에 다른 영어성적도 인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도 "2008학년도 특정분야 우수자 및 특목고 출신자 중 동일계 지원자를 우대하기 위한 알바트로스 국제화 전형에서 토플로만 1차 전형을 보기로 했는데 텝스나 토익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며 5월말까지 허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정완용 입학관리처장은 "2008학년도 전형은 이미 발표돼 어쩔 수 없지만 2009학년도부터는 국제화추진 전형에서 현행 토플과 토익을 반영하는 데서 나아가 텝스 등 국내 영어시험 성적을 인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다른 대학들은 현재로서는 전형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연구교수는 "수시 특기자전형에서는 토플을 비롯한 모든 공인영어 능력시험 점수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토플 제외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도 "토플만큼 공인된 시험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2009년에도 토플과 텝스를 반영해 온 체제를 유지하면서 고려대가 자체 개발한 'KUET' 등 다른 시험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도 "원래부터 토플만 인정한 적이 없었고 토플, 텝스, 토익 등 다른 공인 영어성적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변함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장훈 입학처장도 "현재 국제화 특기자전형에서 토플뿐만 아니라 토익과 G-TELP 등도 반영하므로 지금처럼 응시 자체가 어렵다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굳이 토플만 제외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