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금산사 자락에 위치한 봉남중학교. 12명의 교직원과 43명의 학생이 생활하는 이 작은 농촌학교에서 매달 15일을 전후 해 잔치가 열린다. 그 달에 생일이 속해있는 교직원과 학생을 위한 생일잔치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모인 교실에는 커다란 ‘생일 축하’ 플래카드가 걸리고, 시루떡으로 만들어진 케이크도 준비된다.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소개되고, 간단한 소감을 발표하면 교장 선생님의 색소폰 반주에 맞춰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주인공에게는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이 선물로 주어지고, 학생들은 빵과 케이크를 나눠먹는다.
지난 16일에는 1학년 온선경, 3학년 김윤수 학생이 생일상을 받았다. 채 20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행사이지만 감동은 진하다. 봉남중에서 생일잔치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김홍식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김 교장은 처음에는 교직원의 생일상을 차려줬다.
집에서 준비한 간단한 음식을 교장실에 차려놓고 교직원들이 모여 인사를 건넨 것이다. 교장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한 교사들은 학생들 생일상도 차려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학생들의 부모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있어, 아침 일찍 논밭으로 나가면 학생들은 아침 챙겨먹고 등교하기가 벅찬 것이 농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저희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시작은 교장이 했지만 선생님들도 자식 같은 제자들 생일상 차려주는 것을 너무 기뻐합니다.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생일상 받는 것을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서로서로 격려해주고 사랑하며 생활하니까 소위 말하는 ‘왕따’나 학교폭력이란 것은 아예 없습니다.”
김 교장은 “주는 것은 작은데,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오히려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뿐 아니라 선생님들의 제자사랑도 남다르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며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을 내놓는가 하면, 수술을 앞둔 제자의 수술비용을 대준 선생님도 있다.
봉남중은 생일잔치 외에 일 년에 두 번씩 인근의 노인들까지 초대해 삼겹살 파티를 갖는다. 집에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학교 측의 배려다. 교사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기를 굽고, 서로 먹여주는 모습은 교사와 학생이 아닌 부모와 자식을 보는 것 같다.
봉남중에서는 이달 초 또 하나의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교장은 교사들의 발을 씻어주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발 씻김’을 한 것이다. “교장은 학생들을 위해 애쓰는 교사를 잘 섬기겠다는 마음을, 교사들은 제자들에게 사랑과 헌신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자리였다”고 김 교장은 설명했다.
“최고의 매는 칭찬입니다. 칭찬폭격을 받은 아이들은 행복과 자신감을 꽃 피울 것입니다.”
봉남중의 ‘스승존경·제자사랑’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