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선생님께서 찾으신다. 빨리 가 봐라." 친구가 일러준 대로 이발소로 달려갔다. 그 곳에서 강충연 선생님은 머리를 깎고 계셨다. "너 낼 나랑 같이 진주에 가자. 개천예술제 문학 부문에 니가 대표로 가게 됐다." 그 해 학교 교내 백일장에서 '푸른 하늘'을 제목으로 시 부문에서 장원한 나를 아껴서 선 생님께서는 나를 지목한 것 같았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합천중학교 문예지도 교사였고 담임이셨던 강충연 선생님은 다음날 나를 데리고 진주로 갔다. 이 일은 나에게 있어서 잊혀지지 않는 일이다. 내가 대외 문학 행사에 처음 참가한 것이기도 했지만, 도시 구경도 처음이었다. 네 시간의 먼지 나는 시골길을 달려서 도착한 진주라는 도시. 그 날 선생님의 친척집에서 끓여 준 라면 맛도 일품이었고, 선생님께서 보여 준 영화 '암굴왕'도 기억에 새롭다. 다음날 진주 남강이 바라보이는 촉석루 옆에서 나는 '길'을 제목으로 시를 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기대와는 달리 입상은 못했다. 학교의 경비로 다른 지역 행사에 참가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시절, 선생님은 왜 무리해가며 나를 도시로 데려 갔을까? 그런 영향인지 지금 그 제자는 문인이 되어 있다. 그러나 불경하게도 아직도 선생님 계신 곳을 모르는 제자. 이 세상의 제자 허물은 내가 다 덮어써도 부족함이 없겠다. 선생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 가을에 제가 시집과 수필집을 동시에 출판하니까요. 선생님께 꼭 보내 드릴 테니까요. 정영일 부산 성모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