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변화되는 새로운 시대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학급 과반수 이상이 교육활동에서 소외되고, 고등정신능력에서 취약함을 보이는 우리 나라 교실의 고질적인 병폐를 생각할 때, 제7차 교육과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을 한 학기 경험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데, 하나는 7차 교육과정이 본래 취지에 맞는 교육적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 의도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방대한 필수 학습 요소로 개별화가 불가능하다. 7차 교육과정의 새로운 교과서에도 각 교과목의 구체적 내용이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게다가 단위 시간에 배워야 할 학습주제도 늘어나고 그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므로 학생 개개인의 개인차를 고려하기보다는 진도 나가는 일이 더 급하고 교사들은 수업 양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을 한다. 또 복잡하고 다양한 교육과정 영역이 통합교육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7차 교육과정에는 재량활동, 교과활동, 특별활동 영역이 있다. 그리고 각 영역의 내용과 시간도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각 영역간에 비슷한 주제와 활동이 너무 많다. 통합될 수 있는 유사한 활동이나 주제가 인위적 영역으로 분리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교사들은 다시 통합하는 수고를 하거나 각각 별도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 제시된 수준이 모호하여 수준별 수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국어과의 경우, 대단원(마당) 마다 보충, 심화 과정이 나오는데 어떤 기준에서 수준을 고려한 것인지 기본 과정과 별로 다를 것이 없고 심화과정보다 보충과정을 더 어려워하는 아동도 있다. 정말 수준을 고려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7차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들의 또 다른 비난은 교육 현장의 여건과 적용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먼저 학급 당 학생수가 너무 많다. 40여명의 학생을 데리고 학생 개개인에 알맞은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교사들이 7차 교육과정을 학급당 25명인 경우에나 적합한 교육과정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지원 체제가 미비하다.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각종 평가 도구, 학습 프로그램과 교재, 자료 등이 모두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실제로 운영하는 일은 교사의 몫으로 남는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자율성이라는 명분 하에 교사들에게만 떠맡기고 있다. 또 학생들의 수준이나 학부모들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7차 교육과정의 수준은 학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다른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다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통 학부모들에게 차별적인 교육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때문에 교사들은 7차 교육과정을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어설픈 시도'라고 평한다. 이처럼 7차 교육과정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별도의 조치가 없는 한, 앞으로 7차 교육과정을 적용할 중·고등학교에서도 이런 문제들은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