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의 모 중학교 교장은 2일 황당한 공문을 받았다. ‘2007년도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교원네트워크 구성 계획’이라는 제목의 이 공문은 2일까지 참여를 희망하는 교원들의 신청을 받는다고 돼 있었다.
2일 공문을 보내고, 2일까지 접수를 받는다니….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교원들에게 홍보하여 기한 내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지만, 신청서와 첨부․증명서류를 하루 만에 만들어 접수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교장은 “공문 읽어볼 시간밖에 안 주고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없음’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거나 미리 뽑을 사람 정해 놓고 구색 맞추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문제의 공문을 보낸 수원교육청의 관계자는 “본청에서 지난달 29일(금요일) 보낸 공문을 2일(월요일)에 열어봤기 때문에 별 도리가 없었다”며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서류준비는 하루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담당자의 설명은 약간 달랐다. 당초에는 29일 신청서 마감을 목표로 26일 지역청으로 공문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4일간 시간을 주면 지역청에서 학교로 이첩되고 교원들이 신청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렇지만 어찌된 일인지 29일이 되어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확인해 본 결과 전자문서시스템의 에러로 인해 관내 17개 지역청 가운데 3곳에만 공문이 전달되고 나머지 14개 지역청에는 전달이 안 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 담당자는 29일 지역청으로 다시 공문을 보내고, 지역청 관계자에게 ‘3일까지 접수를 연장한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한다.
도교육청 담당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지역청을 통해 2일 학교에 도착한 공문을 회람한 후 희망자가 3일까지 서류접수를 마치기에는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다. 이 담당자는 “공문을 보내면서 시스템의 오류로 문제가 발생해 기한을 연장했다”며 “일부 지역청에서 2일까지 접수를 마감한다고 일선에 공문을 보낸 것은 잘 못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번 학교폭력 예방 교원네트워크 팀 대상자 선정 시 ‘2003~2007년도 도교육청 주관 공무 국외 연수자는 제외한다’고 밝혀, 사실상 외유를 염두에 두고 팀원을 구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의 이번 사업에는 모두 3500만원의 예산이 잡혀 있으며 이중 3000만원은 해외실태 조사비로, 500만원은 연구비 명목으로 책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도교육청은 “이번 사업은 교육부의 2007년 교원네트워크 활동 지원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고, 사업예산도 교육부 특별교부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