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은 금년 상반기 정부와 27개의 교육현안을 교섭합의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30여개의 교섭과제를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교원노조와 달리 1년에 두차례의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교섭과제는 장기적인 제도개선에 역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초·중·고·대학의 단일호봉제 실시, 주5일제 수업, 7차 교육과정 시행상의 문제점 개선, 최근 확산되고 있는 교실붕괴 현상을 막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수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과제들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교섭에 임하는 한국교총은 교육자적인 자세의 견지와 실리추구를 원하는 모습이다. 교총은 그동안 적어도 국민이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교육적 판단에 따라 가능한 정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교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의 실현에 비중을 두어왔다. 그러나 한국교총의 이러한 노선은 최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상반기에 조용하고 힘있는 교섭으로 굵직한 교육현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대다수의 교원들이 과격투쟁으로 일관한 교원노동조합의 성과인 양 잘못 오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 국민과 정치권에서조차 교총의 교섭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교총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교섭결과 보다 가슴에 쌓인 울분을 해소할 수 있는 장이라도 열어줄 것을 요구하는 교원들이 증가하고 있고 회원확보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다원화된 교원단체 환경은 교총의 행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도 일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전문직 교원단체가 특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본연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 주기는 고사하고 강경 일변도의 목소리에 소신 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교원단체의 장외, 극단투쟁을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교원연금, 정년연장, 공교육정상화 등을 위한 40만 교육자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투쟁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때 한국교총의 행보가 교육계와 사회전반에 미칠 파장은 자못 심각하다. 따라서 한국교총의 고민은 곧 전 교육자의 고민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