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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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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을엔 이런 영화를...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한 편의 영화는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잔영은 한동안 입가의 미소로 머무르기도 하고, 때론 옆자리 사람을 향한 따뜻한 눈웃음으로 변하기도 하지요. 아침 저녁 서늘한 가을바람을 귓가로 흘리며, 뽀송한 스웨터 깃을 여민 채 보는 한 편의 영화는 이 가을 당신의 영혼을 한층 성숙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가을은 단연 프랑스 영화의 계절입니다. 보도 위를 구르는 낙엽도 그렇고, 길가의 스피커에서 울리는 샹송도 그렇지요. 지루하리라는 지레짐작으로 놓쳤던 프랑스 걸작을 이 번 가을엔 한 번 감상해 보세요. 반전영화인 르네 끌레망의 ‘금지된 장난', 까뜨린느 드느브 주연의 ‘쉘브루의 우산', 세련된 바이올린의 선율이 기억나는 '금지된 사랑', 그리고 고전 ‘남과 여', 비극이어서 더욱 잊을 수 없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상시 ‘녹색광선', 웅장한 클래식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아침' 등이 당신의 선입견을 날려 드릴 테니까요. 최근작을 원한다면 다니엘 오떼이유 주연의 '걸 온더 브릿지'를 권합니다. 칼잡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프랑스 영화 특유의 슬픔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랍니다.

낭만적 아름다움을 잊고 있었다면 올 가을 프랑스 영화를 감상 리스트 일 번에 올려보세요. 당신의 가을이 파리 풍의 회갈색으로 빛나게 될 테니까요. 아트필름 역시 가을엔 제격이지요. 15분에 이르는 멋진 진도 아리랑 롱테이크가 가을 들판 가득 펼쳐지는‘서편제'도 좋겠고, 수묵 담채화의 영상이 빛나는 후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도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걸작입니다. 특히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이 연출했던 ‘뜨거운 차 한잔'같은 영화는 가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아트필림이지요.

홍콩 출신 감독들의 작품으로는 엄호 감독의 ‘홍진', 관금붕 감독의‘인지구' ‘지하정' 등의 영화를 선택해 보세요. 더 특별한 중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원하신다구요. 그럼 대륙 출신의 감독들이 연출한‘현위의 인생' ‘황토지' ‘붉은 수수밭' 등의 영화들이 동양적 아름다움과 오락적 측면을 잘 조화시키고 있는 가을 아트필름 이랍니다. 이 외에도 멕시코 영화인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 언제 보아도 기분 좋은 이탈리아의 ‘시네마 천국' 등의 영화도 가을이면 늘 생각나는 작품이랍니다.

우디 알렌의 작품도 남자의 바람(?)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을에 어울리는 작품이지요. 스무살쯤 차이나는 젊은 여제자와 낙엽 깔린 교정을 걷는 우디 알렌을 만나고 싶다면 '부부일기'를, 뉴욕 중산층 부부의 고민을 대표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미스테리 살인사건'을, 아니면 더 거슬러 올라가 그의 대표작인 '돈을 갖고 튀어라'나‘카이로의 붉은 장미' 같은 영화에서도 가을 분위기는 느낄 수 있답니다. 우디알렌의 폭신한 스웨터와 헐렁한 면셔츠 탓인가 봅니다.

음악영화도 가을을 더 깊게 하지요. 가을과 어울리는 재즈를 듣고싶다면 '로이 샤이더의 재즈 클럽'을,‘정열의 샤우트'에서는 록과 재즈를 함께 만날 수 있답니다. 좀더 클래식한 것을 원하신다면 ‘아마데우스'나 ‘레드 핫' ‘백비트' 도 좋지요. 특히 '백비트'는 그룹‘비틀즈'의 출세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고전 록의 명곡들에 흠뻑 빠질 수 있답니다. 그럼 영화와 함께 당신의 가을이 더욱 풍성하고 따뜻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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