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맞은 세계 교육의 변화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 이상적인 뜬구름 잡는 정책 실험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평생학습 체제로 재편되는 각국의 교육개혁은 지금 한국 교육에도 분명한 질문과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관행처럼 여전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를 묻고 있는가?
교사는 실행자 아닌 출발점
세계 주요 국가 교육개혁의 공통된 특징은 명확하다. 첫째, 기술 교육의 목적이 분명하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AI 교육을 전면 도입했지만, 단순한 코딩이나 기능 습득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통제하며 책임 있게 사용하는 시민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반면 우리 AI·디지털 교육은 여전히 교과 추가와 시수 확대 논쟁에 갇혀 있다. 기술을 ‘과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고방식과 시민 역량으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개혁의 중심이 교사다. 그리스와 핀란드는 교육 혁신의 출발점을 교사 전문성에 두고 있다. AI를 도입하기 전 먼저 교사를 준비시키고, 수업 설계의 주체로 존중한다. 한국 교육 역시 수많은 정책이 학교로 내려오지만, 교사는 종종 ‘실행자’로만 남는다. 교사를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로 세우지 않는 한, 어떤 교육개혁도 교실에 뿌리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교육의 목표가 분명히 바뀌고 있다. 핀란드의 미디어·AI 리터러시 교육은 기술 활용 능력보다 비판적 사고, 정보 판별력, 민주 시민성을 우선한다. 이는 입시 성취도에 과도하게 집중된 한국 교육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은 더 많은 문제를 빠르게 푸는 능력이 아니라, 옳은 질문을 던지고 타인과 협력하고 연대해 책임 있게 판단하는 힘이다.
넷째, 교육을 국가의 장기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베트남은 2045년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교육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반면 한국의 교육정책은 정권과 사회 이슈에 따라 방향이 자주 흔들린다. 교육은 단기 성과로 평가될 수 없는 영역이다. 정권을 넘어 지속되는 교육 비전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이유다.
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
세계의 교육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분명하다. 바로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며, 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을 다시 합의하는 일이다.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어떤 시민을 길러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 있을 때, 대한민국 교육은 향후 10년, 20년 그 이상의 방향을 비로소 갖게 될 것이다. 교육이 ‘국가백년지대계’인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교육부는 2026년을 교육대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나섰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 문제를 단지 ‘과도한 경쟁’의 결과로만 판단하지 말고 근본적인 교육 체계, 시스템의 개혁을 통한 경쟁을 완화하거나 경쟁이 아닌 협력과 연대, 즉 상생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뿌리 깊은 출세와 성공 지향의 교육 가치로는 우리가 육성하고자 하는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이타적인 인재’, ‘바람직한 민주시민’을 기를 수 없다. AI 교육도 ‘사람 우선’. ‘인간다운 인간’을 기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다운 인간을 기르는 것이 그 어느 교육 가치보다 우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