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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8년간 일 잘 한 사람 강등시키다니…"

교장중임 마치고 교단에 선 배종학 교사 인터뷰

“아이들과 함께 해 행복하지만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을 생각”



“이번 시간에는 ‘벼루연적’을 붓글씨로 써 볼 겁니다. 자, 선생님이 먼저 쓸 테니 잘 보고 따라하세요.”

20일 서울 전동초등학교 미술실. 붓글씨 시범을 보이는 배종학 교사의 표정이 진지하다. 시범을 보인 배 교사는 먹물 뭇은 큰 손으로 아이들 하나하나의 손을 잡아 내려긋기, 가로긋기를 도왔다. 수업을 마친 배 교사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교정 벤치에 자리를 같이했다.
 
“얼마만의 수업입니까.” “정확하게 16년 6개월만입니다. 1991년 3월 장학사로 발령받고, 그때부터 전문직․관리직을 했으니까요. 전문직 3.6년, 교감 5년, 교장 8년을 했습니다.”

서울초등교장회장, 한국초등교육협의회장, 한국국·공·사립초·중·고교장협의회장 등 ‘교장의 교장’을 거친 배 교사에게 아직은 교장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듯 했다. 지난 8월 말 신답초등학교 교장 임기를 끝내고 그는 원로교사를 하고 있다.

-흔히 대(大) 교장이라고 하는데 아이들 앞에선 소감이 어떻습니까.
“행복합니다. 교장 할 때도 수영지도, 훈화지도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을 하기는 했는데 요즘은 새내기 교사가 된 기분입니다. 미술 교담으로 수업을 합니다.”

-교사로 돌아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요.
“2005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초등교장회 회장을 했고, 5월말까지는 초중고교장회 회장을 했습니다. 중량감 때문인지 운신의 폭이 크지는 않았어요. 본청이나 지역청 국․과장하기도 그렇고, 그 이상의 자리는 달라고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교장회 회장을 하며 교육청이나 교육부와 많이 맞섰기 때문에 인사권자와 소위 ‘코드’가 안 맞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봉사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교장임기제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교장 8년을 열심히 했는데 2계급 강등 시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입니다. 물론 평생 교직에 계시면서 교장을 못하고 정년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쉽지는 않은데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교원에게 직급, 직위, 보직의 개념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직군에서 상은 주지 못할망정 강등을 시킵니까. 임용권자는 보직을 주지 않을 수는 있지만 직급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자격 없는 사람까지도 교장 시키겠다는 세상 아닙니까.”

-대부분 중임을 계산해 미리 초빙교장이나 전문직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인데.
“그것도 큰 문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권자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 이것은 소신 있는 학교경영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로비만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서울 초등에서만 앞으로 60명 정도가 중임을 마치고도 정년이 남게 됩니다. 교장 8년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에게 평가․장학․연구 등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지요.”

-교장회 회장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초등과 중등의 경상운영비 배분율 차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어느 정도 시정을 이뤄낸 것이 우선 생각납니다. 교육자치법 개악 반대 궐기대회와 천막농성도 여러 차례 했지요. 교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학교급식법이나 교장공모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관계되는 분들과 힘을 모아 활동했습니다. 시의원과 다툼이 발생하자 교장을 비정기 전보시킨 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년까지는 3년 정도 남았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
“아이들 붓글씨 지도에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미술실을 개방해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특별지도를 해 주려고 합니다.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밖에 우리 교육을 위해 할 일이 있는지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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