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사가 유능한 교장이 될 수는 없다. 모든 교사가 유능한 학교장이 될만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문호 역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장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유능한 학교장이 될 수 있는가? `학교장의 역할과 학교경영 현상이나 행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학교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구비할 때' 가능하다.
카츠(Katz)가 지적한 대로 학교장은 개념적 기술과 인간적 기술, 그리고 전문적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과 자질은 길러지고 습득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교장을 선출보직제로 하자는 주장은 학교경영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비현실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가 점차 소규모화 되어가고 있고 농·어촌의 경우 10학급미만 학교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의 학교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몇몇 교사들이 교장을 선출하도록 하자는 주장은 학교를 갈등과 혼란의 장으로 만들 우려가 매우 크다. 가뜩이나 모든 교사가 교감, 교장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유도되고 있는 자격체계가 반세기 동안 운용되어 왔고, 수업보다도 경영·관리가 우위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교장을 선출보직제로 한다면 학교는 전문적 풍토가 아닌 정치풍토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숙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학교는 교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학교 교사 뿐 아니라 학생이 있고 직원도 있다. 더우기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 따라서 학교의 대표인 학교장을 교사들만으로 뽑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장선출보직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차별적인 평등의식에 빠져 있는 일부 편협된 시각의 발로로서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다.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없다. 충분한 교육경력과 학력, 행정경험은 물론이고 교섭능력과 조정능력, 그리고 지도력 등을 갖춘 인사가 학교장이 될 수 있어야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