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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농산어촌 교육 포기할 것인가

최근 교육부에서는 교원 수급 계획을 학급수 기준에서 학생수 기준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으로 교육예산과 교원배정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효율성과 경제성에만 집착한 것으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및 지역의 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와는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교육부는 소규모학교 비율 및 시도 교육여건의 차이를 반영한 합리적 대안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교육의 지역적 소외를 확대 재생산하고 도․농간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정부는 10월 초까지 시․도교육청과 최종 협의를 하고, 10월 둘째 주에 이를 입법예고하고, 10월 15일까지 가배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마련한 바 있다. 이미 소규모학교 비율이 높은 충남, 강원, 전북, 전남, 경북 등에서는 지역주민과 교육가족들의 반대 성명 및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학생수 기준에 의한 교원 배정은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교육문제에 대한 대증요법의 하나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로 인해 야기되는 새로운 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첫째, 이 제도에는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과 비전이 담겨 있지 않다. 인구의 도시 편중을 막기 위해서는 농산어촌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학생수가 적은 농산어촌지역의 교원을 빼다가 도시 지역에 배치하는 것으로 농산어촌의 교육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말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을 감안한다면 이는 농산어촌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고, 마침내는 농산어촌의 공동화를 부채질하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발전의 중장기 계획이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이란 말은 달콤한 수사에 그치고 말 것이다.

둘째, 지역간 교육소외와 교육격차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학생수 기준으로 교원을 배치할 경우 도시가 많은 지역에서는 교원수급에서 융통성과 이에 따른 활력 있는 교육 실현이 가능하겠지만, 농산어촌의 경우는 불가피하게 복식수업, 상치교과, 순회교사 등이 더 늘어나면서 더 열악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이를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농산어촌 자체의 문제로만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소외 계층이나 지역을 국민 복지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보완해야지 칼로 무 자르듯 처리할 문제는 아니다.

셋째, 농산어촌 교육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학급수 기준 교원배정 방식에서도 교원 정원의 80%밖에 확보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농산어촌 교육은 해마다 상치교사, 복식수업, 순회교사, 기간제 교사 중심의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농산어촌 소규모학교의 교육 부실화를 가져올 것이 뻔한 ‘학생수 기준 교원배정’을 왜 몰아붙이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교가 없는 농산어촌’이 활력을 갖는다는 것은 죽은 나무 등걸에서 새잎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한 번 잘못된 정책으로 몰락해 버린 농산어촌을 되살리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학생수 기준에 의한 교원 배정안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교원배정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산술적 효과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는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발전 목표에 돌이킬 수 없는 후환을 초래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농산어촌의 열악한 교육 여건과 환경을 개선해 이 지역의 젊은이들이 자녀 교육문제로 떠나지 않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가의 중장기 발전 전략과 균형발전 전략을 종합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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